"金 후보 꼽히는 남편 원정식, 꼭 시상대 오르길…방심은 금물"
(고성=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윤진희(32·경북개발공사)와 만난 역도인들은 모두 "진희야, 괜찮아?"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국 역도의 간판' 윤진희는 어깨 부상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했다. 많은 역도인이 부상으로 대회 주요 대회 출전을 포기한 선수의 마음을 다독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윤진희는 이미 '극복'했다.
2018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4일 경상남도 고성 역도경기장에서 만난 윤진희는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이 없는 거죠"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올림픽과는 인연이 있잖아요"라고 말을 이어갈 때는 표정이 더 밝아졌다.
윤진희는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다친 어깨 상태가 심각했다. 고민을 많이 하다 의사와 상의해 2월에 어깨 수술을 받았다"며 "아시안게임만 생각했다면 수술을 받지 않고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빨리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진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53㎏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은퇴했던 그는 2015년 복귀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단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부상을 안고 뛰어 4위에 머물렀고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윤진희는 "물론 아쉽긴 하다. 하지만 어차피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해야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에는 꼭 출전하겠다"고 했다.
윤진희의 남편인 남자 69㎏급 원정식(28·울산광역시청)은 한국 역도가 꼽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 1순위다. 그는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서며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훈련을 하며 세계기록을 넘는 무게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윤진희의 불참으로 '부부 동반 메달'의 꿈은 접었다.
윤진희는 '부부 동반 메달'을 화두에 올려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남편과 내 전성기가 엇갈렸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메달을 따면 정말 좋은 일 아닌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남편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 좋았다"고 했다.
윤진희는 때론 '원정식의 역도 선배'로 변한다.
그는 "많은 분이 '원정식이 금메달 후보'라고 하지만 시상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윤진희는 유쾌하게 웃으며 "살짝 눌러주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라고 했다.
윤진희는 '원정 응원'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한국에 남아서 응원할 계획이다. 가까이는 전국체전, 멀게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려면 남편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기간에 나는 재활 훈련에 전념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도쿄올림픽이 내 역도 인생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데 그때는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거든요."
윤진희는 도쿄올림픽 무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 밝게 웃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