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박혜정, 합계 225㎏ 성공…'올림픽 금메달 딸래요'
(고성=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또래 남자들보다 높은 무게를 든 박혜정(15·선부중)의 등장에 한국 역도 관계자들이 모두 놀랐다.
또 한 명의 '포스트 장미란'이 탄생했다.
박혜정은 4일 경상남도 고성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8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중등부 75㎏ 이상급 경기에 나서 인상 97㎏, 용상 128㎏, 합계 225㎏을 들어 우승했다.
같은 체급 선수와는 경쟁조차 되지 않았다.
이 체급 2위 김도원의 기록은 인상 67㎏, 용상 83㎏, 합계 150㎏이었다. 합계 기준 박혜정에 75㎏이 적었다.
박혜정의 합계 기록은 남자부 94㎏급 우승자의 기록(합계 220㎏)보다 좋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박혜정이 '역도 여제' 장미란이 고교 1, 2학년 때 들었던 기록을 벌써 들었다"라고 했다.
경기 뒤 박혜정은 "일단 오늘 기록에는 만족한다. 하지만 기록은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김권식 선부중 감독은 "혜정이가 용상 3차 시기에서 134㎏을 시도하다 아쉽게 바벨을 놓쳤다. 그런데 더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인상 훈련 기록이 95㎏이었는데 실전에서 더 높은 기록을 세웠다. 경기력이 상승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흐뭇해했다.
박혜정은 '장미란 키즈'다.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하며 역도계를 평정했다. 동시대 뛰던 선수들의 '약물 이력'이 드러나면서 장미란의 기록은 더 높이 평가받는다.
박혜정은 "장미란 선배님의 경기 장면을 보고 '나도 역도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평범한 소녀였던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하겠다"며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왔다.
박혜정의 뛰어난 신체조건(현재 키 173㎝, 몸무게 110㎏)에 반한 김권식 감독은 그의 전학을 돕고 바로 역도부로 안내했다.
김권식 감독은 "처음에는 신체조건만 봤는데 지금은 도전 정신을 더 높이 산다. 새로운 기록에 도전할 때도 겁을 내지 않는다"며 "멘털이 정말 뛰어난 선수고, 신체조건이 더 좋아지고 있어 기록 역시 향상될 것이다. 최은숙 교장 선생님 등 학교와 후원회가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라고 기대했다.
박혜정도 "장미란 선배처럼 되고 싶다. 나이가 차서 올림픽에 나서게 되면 꼭 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역도를 시작하는 선수 대부분이 '제2의 장미란'을 꿈꾼다.
하지만 역도계가 '제2의 장미란'으로 평가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최근 한국 역도는 이선미(18), 김지현(18·이상 경북체고)의 등장으로 희망을 품었다.
이들보다 3살 어린 박혜정의 등장에 한국 여자 주니어 역도 최중량급의 선수층은 더 두꺼워졌다.
박혜정은 "이선미, 김지현 선배님도 대단하시다. 그래도 성인 무대에서 경쟁하게 되면 내가 가장 잘하는 선수였으면 좋겠다"며 '포스트 장미란' 자리를 향한 의욕을 드러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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