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도 여러번 언급…한미현안 '압박' 등 다양한 관측
"전략무기 전개·사드 배치 비용도 부담해야" 발언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독감을 앓는다.'
우리나라와 모든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표현할 때 종종 쓰이는 말이다. 그만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설킨 사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던진 말 한마디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정치권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이 말이 실감 난다.
최근 '미국발 재채기' 중 대표적인 것이 주한미군 관련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물론 미국 유력 언론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마치 주한미군이 '동네북'이 된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3일(현지시간) 보도 때문에 우리 국방부 당국자들은 진의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NYT 보도 직후 청와대가 4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일단 진화됐으나,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런 보도에 대해 우리 국방부 당국자들은 "근거가 없는 보도"라면서도 미국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 데 대해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의 비핵화를 다룰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자, 미국이 진짜 '본심'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최근 국방부는 미국과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논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은 지난 3월에 나왔다. 그걸 3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 연설에서 한국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면서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천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말했다.
그에 대해 미 백악관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발언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주자로 유력했던 2016년 5월에도 CNN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한국)이 '미치광이'(maniac)가 있는 북한에 맞서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대하지 않으면, 우리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국과 무역협상이 잘 안 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압박 차원'으로 풀이됐다. 한국 내에서 파문이 확산하자 백악관은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우리 국방부와 외교부 분위기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미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언급될 때마다 놀라게 된다"고 한 것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당혹감을 잘 말해준다.
미국이 걸핏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전가의 보검'처럼 꺼내 드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력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 견제 등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주한미군의 규모에 변화가 있을지언정 현재 주한미군 2만8천500명은 동북아의 균형추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주한미군 전력을 우리 군과 굳이 비교하자면 주한 미 8군 예하의 육군 전투력은 우리 군의 1개 군단급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한 미 공군은 우리 공군의 2개 전투비행단 이상의 전투력을 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첩보위성과 각종 정찰자산으로 수집한 영상·신호(감청) 정보가 주한미군으로 전해지는데 우리 군의 대북정보 90% 이상이 이 정보에서 기초한다.
주한미군의 주둔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도 용인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눈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한 대화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통일 이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이 세력균형을 위해서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하고, 미국산 무기구매를 은근히 압박하는 등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지난해 4월 28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한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사드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라며 "정중히 말하건대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해 11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매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미국산 무기구매를 부추기기도 했다.
이런 발언들을 모아보면 미국의 '재채기'가 고비마다 한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하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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