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집중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조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보도에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했고, 미 국방부도 "한국에서의 임무는 여전히 그대로며 우리의 병력태세에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보로 일축하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며칠 전 미국 NBC방송에서도 비슷한 보도가 나왔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심한 언쟁을 벌였는데,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원 철수 명령을 단념시켰다는 게 골자다. 지난달 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그것은 먼저 동맹과의 협상에서,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우리가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답하기도 했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 의제로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우리와의 협의 없이 주한미군의 조정 문제에 대해 미국의 검토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 안전보장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군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던 작년 하반기에는 미국과 중국 간의 '빅딜론'이 부상한 적도 있었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를 끌어낼 경우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식의 그림이었다. 우리도 모를 큰 그림을 미·중 양국이 논의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을 앞두고 압박 차원에서 이 문제를 꺼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이 협상 카드로도 섣불리 꺼내서는 안 될 문제다. 미국은 분명한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자이자 안정 추로서 역할을 해 왔다. 실질적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핵심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의 규모 및 지위 변화는 우리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 문제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된 트럼프 행정부 내의 동향을 주시하고,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얼마 전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논란 확산을 조기에 진화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반도 문제가 매우 민감한 단계에 들어온 시점에서 책임 있는 인사들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초점을 분산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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