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이 주택가로 흘러내려…하와이 주민 1천500명 대피(종합)

입력 2018-05-05 04:03   수정 2018-05-05 10:44

용암이 주택가로 흘러내려…하와이 주민 1천500명 대피(종합)

하와이섬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주택 수십채 위협
거대한 이산화황 가스기둥 목격…호흡기 질환도 우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하와이 주(州) 하와이 섬(일명 빅아일랜드)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이 규모 5.0 지진 이후 폭발해 용암을 분출하면서 인근 주민 1천500여 명이 대피했다고 미 언론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날 오후부터 화산 분화구의 푸 오오 벤트 동쪽 균열 지점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숲 사이로 타고 내려와 주택가 일부 도로를 덮었다고 하와이 화산관측소가 말했다.
분화구의 균열이 150m 정도에 달하는 데 끓어 넘치는 용암이 공중으로 치솟기도 했다고 관측소 측은 전했다.
관측소 관리들은 용암으로 공중으로 치솟는 용암분천의 높이가 최고 45m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지사는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가까운 레일라니 에스테이츠, 라니푸나 가든스 지역 주민들에게 강제대피령을 내렸다.



현재 주 방위군 병력이 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아직 용암 분출로 인한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와이 재난당국은 특히 킬라우에아 분화구에서 이산화황 가스가 분출됨에 따라 인근 지역의 노약자와 호흡기 환자 등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분화구 위쪽으로는 거대한 이산화황 가스 기둥이 목격됐다.
민간방어국 관리는 "이산화황의 농도가 극도로 높은 상태여서 목과 눈, 호흡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은 AP통신에 "용암이 뱀처럼 숲 사이로 흘러내리고 제트엔진 같은 소리도 들렸다"고 말했다.
용암이 분출해 흘러내리는 장면을 드론으로 찍은 한 주민은 "불의 장막이 펼쳐진 것 같은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가옥 수십 채가 용암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상태다.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의 한 가옥에는 뒷마당에서 200m 떨어진 지점까지 녹아내린 용암이 근접했다.
대피한 주민은 파호아 타운에 마련된 이재민 시설로 몸을 피했다.
앞서 해발 1천250m의 활화산인 킬라우에아 주변에서 전날 오전 10시 30분 규모 5.0의 지진과 여러 차례 여진이 발생한 이후 푸 오오 벤트 분화구의 동쪽 균열지대에서 용암과 증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지진은 푸 오오 벤트 분화구의 화구 바닥이 붕괴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미지질조사국(USGS)은 설명했다.
하와이 카운티의 재닛 스나이더 대변인은 "붉은 용암이 모할라 스트리트 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하와이 섬 주민들은 하와이 카운티 민간방위국의 지시에 따라 소개령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 행동계획을 통지받았다.
하와이 주 화산국립공원에 포함된 킬라우에아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활화산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1950년대와 1980년대 용암을 분출한 적이 있으며, 마그마로 만들어진 절경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지질물리학자 제시카 존슨은 AP통신에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 분출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2년 동안 관측해왔는데 줄곧 (화산) 활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초부터 수백 차례 이어진 약한 지진 이후 화산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와이 카운티 재난당국은 용암 분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에게 당국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권고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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