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伊서 일냈다…지분 9%로 최대통신사 TIM 장악

입력 2018-05-05 01:49   수정 2018-05-05 12:46

엘리엇, 伊서 일냈다…지분 9%로 최대통신사 TIM 장악
지분 25% 최대주주 佛비방디 눌러…소액주주·기관투자자 덕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주 투표 끝에 이탈리아 최대통신사인 텔레콤 이탈리아(TIM)의 이사회를 장악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엘리엇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에서 열린 TIM의 새 이사회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소액주주의 지원을 등에 업고 총회 참석자의 49.8%를 득표, 47.2%의 표를 얻는 데 그친 최대주주 비방디에 일격을 가했다.
엘리엇은 이날 승리로 총 15명으로 구성된 TIM의 이사회에서 10석을 확보하며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됐다.



9%에 불과한 지분을 쥔 엘리엇이 지분 24.9%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비방디를 누른 것은 소액주주 외에 TIM의 지분 5%를 가진 이탈리아 정부 소유 투자기관이 엘리엇 쪽에 투표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회사인 비방디가 국가기간산업인 통신업계의 최대 사업체를 장악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이탈리아 정부는 비방디를 견제하기 위해 엘리엇 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TIM의 지분 9%를 보유한 사실을 공개한 엘리엇은 TIM의 열악한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하락 등의 책임이 비방디에게 있다고 비난하며, 이사회 개편과 통신망 사업 분사 등을 주장해왔다.
2015년 TIM의 지분을 모으기 시작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비방디는 TIM의 최고경영자(CEO)로 아모스 제니쉬를 임명하고, 자사의 CEO 아르노 드 퓌퐁텐을 회장으로 앉히는 등 TIM의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TIM의 주가는 비방디가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3분의 1가량 빠진 상황이다.
엘리엇은 이날 투표를 승리로 이끈 뒤 낸 성명에서 "오늘의 기념비적인 승리는 주주 모두의 승리이자 TIM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며 "TIM은 이제 모든 주주를 위한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보장할 개선된 지배구조를 토대로 발전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TIM의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탈리아 기업가 풀비오 콘티는 "TIM은 이제 진정한 공공 기업이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탈리아 전력회사인 Enel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프랑스 재벌인 뱅상 볼로르가 소유한 비방디는 이번 패배로 이사진의 5명만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잃을 처지에 놓였으나, TIM에서 손을 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방디 측은 "우리는 중장기적인 목표로 TIM에 투자했다"며 "제니쉬 CEO의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지지하고, 새로운 이사진이 TIM의 분할을 추진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유럽을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 건설을 노리고 있는 비방디는 2016년 말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소유한 미디어기업인 메디아세트의 지분을 20%까지 확보하며 적대적인 인수를 노렸으나, 메디아세트의 반발과 이탈리아 정부의 경계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비방디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 국내에서도 낯익은 헤지펀드 엘리엇을 단기간의 이익만 노린 채 경영에 개입한다고 비난해왔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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