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특수부대가 무력진압한 인질극 현장 방문…주민들 환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에서 30년 전 유혈 참사의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올가을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투표를 앞둔 누벨칼레도니의 여론에 마크롱의 방문과 화해 제스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누벨칼레도니 본섬에서 동쪽에 있는 우베아 섬을 찾아 30년 전 동굴사건 현장을 방문했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자국령인 누벨칼레도니를 공식방문한 마크롱은 이날 참사 현장을 찾아 "이 중요한 해에 주민들을 만나고 싶었다"면서 "주민들의 눈물과 고통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1988년 4월 발생한 우베아 동굴사건은 프랑스와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 해외영토로 편입된 누벨칼레도니의 긴장 관계가 폭발한 사건이다.
당시 누벨칼레도니의 원주민 카나크족으로 구성된 무장단체 FLNKS는 경찰서를 습격해 4명을 살해한 뒤 판사와 경찰 등 27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다 결국 프랑스군 특공대에 의해 진압됐다.
프랑스군의 작전으로 FLNKS 조직원 19명이 사살됐고, 군인 2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이후 프랑스가 누벨칼레도니에 자치권을 대폭 이양해주는 계기가 됐으며,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인 마티유 카소비츠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인질극을 벌이다가 프랑스군에 사살된 FLNKS 돌격대장 알퐁스 디아누의 딸과 함께 평화의 상징인 코코넛 나무를 심었다.
다만 그는 당시 숨진 19명의 무장대원의 묘석에 화환을 놓는 것은 거부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주민들이 꽃을 가져다 놓는 것을 지켜봤다. "모든 분의 의견을 존중해 반대 의견이 있음을 감안해 하지 않겠다"며 꽃을 놓지 않는 것에 대해 주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당초 원주민 사이에서는 마크롱의 우베아 동굴사건 현장 방문을 반대하는 여론도 비등했다. 그러나 막상 행사장에 모인 수백 명의 주민은 대통령에게 화환을 씌워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박수를 보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마크롱이 이처럼 누벨칼레도니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은 오는 11월 4일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공식 주민투표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공식적으로는 과거 체결한 누메아 협정(1998년)에 따라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누벨칼레도니는 세계적인 관광지인데다가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전략적으로 프랑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독립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9.7%를 차지해 실제 독립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마크롱의 방문은 프랑스 잔류 여론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전체 인구 27만 명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원주민 카나크인의 대다수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하지만, 나머지 유럽계 주민은 프랑스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이틀 전 마크롱이 도착했을 때 거리에선 프랑스 잔류를 주장하는 시민 4천여 명이 모여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제창하기도 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