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에 좋은 분위기 조성…나름대로 인도주의 제스처"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듯…판문점 통해 나올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해박한 대북협상가로 평가를 받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 조짐을 '영리한 행보'로 평가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1994년 이래 북한에 강제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수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4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억류자들의 석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북한의 영리한 움직임이자 전형적인 행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 등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소식을 계속 주시해달라고 당부, 이들의 석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북한 관계기관이 지난달 초 상부 지시로 노동교화소에 수감 중이던 이들 한국계 미국인을 평양 외곽의 호텔로 옮겼다는 소식도 있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과거에는 북한이 미국인들을 억류하고 협상 카드로 썼기 때문에 미국은 이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전직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관리를 파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에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이 정상회담 전에 억류자들을 석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에 반드시 억류자들이 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미회담을 여는 대가로 억류자를 석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계획을 철회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억류자 석방은 그들 나름대로 인도주의적 제스처로서 회담에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억류자 3명이 석방된다면 바로 미국으로 향하지 않고 서울로 올 것으로 점쳤다.
그는 "통상적으로 공군 비행기 1대, 미군 장교 1명이 억류자들을 데려오는데 그런 경우라면 평양에서 서울로 데려온 뒤에 미군부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남북관계가 개선된 터라 북한이 억류자들을 비무장지대(DMZ)에서 석방해 국경을 넘도록 할 수도 있다"며 "두 경우 모두 억류자들은 서울에서 가족들과 재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해 숨진 오토 웜비어의 작년 사례와 달리 세 사람의 건강은 양호할 것이라는 추측도 뒤따랐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억류자들이 감옥에 있다가 더 편안하고 음식도 잘 먹을 수 있는 호텔로 옮겼다"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병들고 허약해지고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웜비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들의 건강상태가 악화할 경우 북한의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들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석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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