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주민들이 전한 '용암분출·강진' 공포의 순간

입력 2018-05-06 01:57  

하와이 주민들이 전한 '용암분출·강진' 공포의 순간
"6개의 거대한 균열에서 끊임없이 용암이 흘러넘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하와이 섬(일명 빅아일랜드) 동단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하고 최고 규모 6.9의 강진이 강타하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을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인명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가옥 여러 채가 불에 타고 주민 1천700여 명이 대피한 상태다. 1만4천여 명은 전력 공급이 끊겨 고통받고 있다.
CNN은 5일(현지시간) 하와이 주민들이 더 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난 이틀간 용암과 지진을 피해 대피소로 향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40여 년 만에 가장 강한 규모 6.9의 지진을 경험한 이카이카 마르조는 CNN 제휴사 KHON에 "흔들림과 진동이 계속되는 느낌"이라며 "킬라우에아는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다. 주변에 있을 때 엄청난 불의 기운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킬라우에아의 푸 오오 벤트 분화구에서 흘러넘친 용암이 뱀처럼 숲 사이를 휘감으며 마을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드론으로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마치 불의 장막 같은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현지 재난당국인 민간방어국의 탈마지 마그노는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잦아들 기미를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분화구에 6개의 거대한 균열이 있고 갈라진 틈에서 용암이 끊임없이 넘쳐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농장에서 탈출했다는 티모시 트룬은 CNN에 "정말 쇼크를 받았다. 대피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5분 안에 짐을 싸야 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피신한 닐 발렌틴은 "비통하다. 26년간 살아온 꿈같은 집을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산소호흡기를 꽂고 지내는 88세 노모를 데리고 피신한 사연도 나왔다. 스티븐 클래퍼는 "이동식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뒤 어머니를 모시고 나왔다. 어쨌든 우린 피신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하와이 현지언론은 지진과 용암 탓에 하와이 주민들의 대피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힐로 지역 주민 바비 아프키는 "지진으로 온 사방의 물건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내가 느낀 지진 진동 중 가장 오래갔다"고 말했다.
힐로 하와이안 호텔의 도어맨 앨런 싱카이는 "(강진이 닥친 순간) 엘리베이터에 있었는데 무작정 지상으로 뛰어 내려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CNN은 '왜 그들은 활화산 근처에 사는가'라는 기사에서 킬라우에아 화산은 1983년부터 활발한 화산 활동을 시작했지만 빅아일랜드의 화산국립공원은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비경 덕분에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평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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