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비서실 인사와 1991·1992년 일본 입국…日 수사당국 뒤늦게 신원파악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노동당 비서실 인사와 함께 과거 여러 차례 일본을 몰래 방문했으며, 방일 기간 도쿄(東京) 디즈니랜드를 찾기도 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노동당 비서실의 박영무 부부장이라는 인물이 지난 1991년 5월 12~22일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의 형 김정철 씨와 함께 일본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을 1984년생으로 본다면 김 위원장이 만 7살이던 해이다.
박 부부장은 브라질 여권을 갖고 '조셉 팡'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입국했으며 출입국 기록에 김 위원장과 김정철이 그의 아들로 기재됐다.
산케이는 당시 김 위원장 등이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박 부부장과 김 위원장은 이듬해인 1992년 4월 2~12일에도 일본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일본 수사당국은 일본 입국 당시에는 김정철·정은 형제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가 1996년께 박 부부장을 공작원으로 보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들 형제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이후 박 부부장이 사용한 신용카드 기록을 조회해 결제은행이 중국은행의 마카오 지점이었고, 이 계좌를 통해 거액의 돈이 빈번히 입·출금됐으며, 그가 김정철·정은 형제와 생모 고용희 씨 등의 명의인 10매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각각 확인했다.
산케이는 고용희 씨가 병 치료를 위해 프랑스에 갔을 때도 박 부부장이 전용기에 동승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수사당국은 박 부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놨지만, 그가 이후 일본에 입국한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가 2014년 사망했다는 정보도 있다.
김 위원장의 과거 일본 방문 소식은 일본 언론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 씨는 지난 2010년 신문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어렸을 때 모친 고용희 씨 등과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었으며, 일본에 다녀온 뒤 자신에게 "디즈니랜드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철·정은 형제의 생모인 고용희는 1953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으로, 1962년 가족과 함께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이주했다.
북한에서는 2012년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란봉악단 공연관람 화면에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 복장의 사람들이 공연하는 장면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당시 폴리티코 등 일부 미국 언론은 이 사실을 평양발 AP통신 기사를 토대로 전하면서 '북한의 독재자 디즈니를 가다(North Korean dictator goes Disney)'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작년 암살된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와도 관련이 있다. 김정남 씨는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도쿄 인근 나리타(成田)공항에서 구속됐는데, 당시 그는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 2명, 남자아이와 함께 일본에 와 "김정일의 아들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볼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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