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역전 우승…17번홀 극적 버디
(춘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달걀골퍼' 김해림(29)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16년 만에 동일 대회 3연패의 위업을 이룩했다.
김해림은 6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3라운드 합계 6언더파 207타로 우승했다.
2016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던 김해림은 지난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정상에 올라 3년 연속 우승했다.
지금까지 동일 대회 3연패는 고(故) 구옥희와 박세리(41), 강수연(42) 등 3명밖에 이루지 못했다.
특히 2002년 강수연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3연패를 달성한 뒤 16년 동안 동일 대회 3연패는 없었다.
게다가 김해림은 3년 내내 다른 골프 코스에서 치러진 대회를 차례로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은 2016년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 작년에는 충북 동촌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올해부터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을 포기하고 이 대회 3연패를 위해 현해탄을 건넌 김해림은 우승 상금 1억원에 KLPGA투어 역사에 남는 이정표를 세우는 값진 보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 첫 KLPGA투어 출전 대회에서 우승한 김해림은 통산 6승째를 챙겼다.
김해림은 "전설적인 대선배들이 세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해 영광"이라면서 "가을에 열리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3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또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대회에는 반드시 출전하겠다"며 대회 4연패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선두에 3타차 공동7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해림은 7번홀(파5)까지 2타를 줄여 공동선두에 올라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해림은 "경기에 나설 때만 해도 역전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기대보다 경기가 잘 풀려서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9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1타를 잃어 한걸음 물러난 김해림은 이다연(21)의 폭풍샷에 밀려 어려운 승부를 벌어야 했다.
김해림은 16번홀까지 버디 3개를 보탰지만 버디 4개를 쓸어담은 이다연(21)에게 2타차로 밀렸다.
김해림은 "이다연 선수가 워낙 잘 쳐서 16번홀이 지나자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이다연으로 기운 듯했던 승부의 추는 17번홀(파4)에서 요동쳤다.
원래 파5홀이었던 17번홀은 427야드에 이르는 긴 전장과 까다로운 그린 때문에 좀체 버디가 나오지 않는 난도 1번홀.
김해림은 17번홀에서 7m 거리의 내리막 훅라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17번홀에서는 이날 딱 2개의 버디 밖에 나오지 않았다.
김해림은 "스피드를 딱 맞춰서 꺾이는 지점까지 정확하게 태워야 하는 몹시 어려운 라인의 퍼트였다. 어떻게 그게 들어갔는지 나도 놀랍다"고 말했다.
티샷을 왼쪽 벙커에 집어넣는 바람에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3m 파퍼트를 남기고 있던 이다연은 김해림의 버디 퍼트가 들어가자 표정이 굳어졌다.
버디 세리머니가 유난히 크고 역동적이었던 김해림은 "상대를 압박하려고 일부러 액션을 좀 크게 했다"고 털어놨다.
이다연은 파퍼트를 놓친 데 이어 1m 보기 퍼트마저 빠트리고 말았다.
김해림은 2타차 2위에서 1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홀(파3)에서 김해림은 5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이다연의 4m 버디 퍼트 역시 홀을 비켜가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이다연의 17번홀 보기 퍼트와 18번홀 버디 퍼트는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는 김해림은 커다란 황금알 형상의 우승 트로피를 받아들고 "달걀을 하루에 30개씩 먹었다고 해서 유명해졌는데 이제 이 황금알을 집에 서른 개쯤 가져다 놓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앞서 두 차례 이 대회 우승 때마다 최종 라운드에 이글을 잡아냈던 김해림은 17번홀에서 이글에 버금가는 버디가 우승을 이끌었다.
김해림은 11일부터 열리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3주 연속 국내 대회에 출전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작년 팬텀 클래식 제패 이후 통산 2승을 눈앞에 뒀던 이다연은 17번홀 더블보기로 아쉽게 1타차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몰아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6언더파를 친 김지현(27)이 이다연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고, 3타를 줄인 안송이(28)가 4위(4언더파 209타)를 차지했다.
장하나(26)는 3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7위(2언더파 211타)에 올라 상금, 대상 포인트 1위를 굳게 지켰다.
1, 2라운드 선두였던 장수연(24)은 5번홀(파4) 티샷 OB로 한꺼번에 4타를 잃은 끝에 공동 7위(2언더파 211타)에 머물렀다.
'슈퍼루키' 최혜진(19)은 공동 17위(1오버파 214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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