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방앗간 일하다 한쪽 팔 잃어, 친정어머니도 1년 뒤 딸 돕다 같은 사고
부부가 40여년간 지극 봉양…친정동생 넷·아들 셋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의 표상'
(함평=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저는 원래 잘 안 울어요. 근데 친정엄마만 보면 눈물이 나요."
전남 함평군 손불면 한 시골 마을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모정숙(62)씨는 친정엄마와 똑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
모씨는 40여년 전 첫째 아들을 낳을 무렵부터 남편과 함께 떡방앗간 일을 시작했다.
떡방앗간이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할 즈음 그녀의 나이 서른아홉이 되던 해 불운이 닥쳤다.
방앗간 기계에 왼손이 빨려 들어가면서 왼손을 잃고 의수를 차게 됐다.
절망하지 않고 오른손만으로 힘겹게 떡방앗간을 꾸려갔고 그런 딸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친정어머니 양신안(90)씨까지 매일 방앗간을 찾아 함께 기계를 돌리며 딸을 도왔다.
그러나 모녀에게 또다시 불운이 겹쳤다. 모씨가 사고를 당한 지 1년 정도 지나 하늘도 무심하게 어머니 양씨도 같은 기계에 사고를 당해 모씨처럼 왼팔을 잃었다.
아내와 장모가 잇따라 왼팔을 잃는 슬픔을 겪은 남편은 평생 입에 대지 않던 술을 입에 대며 실의에 빠졌지만 모씨의 정성으로 이를 극복했다.
모씨는 오른팔 하나만으로 봄에는 쑥을, 여름에는 모싯잎을 넣은 떡을 만들었다. 가을과 겨울에는 뜨끈한 인절미를 만들어 전국에 입소문이 날 정도로 떡방앗간을 키워냈다.
모씨는 일찍 친정아버지를 여의고 동생 4명을 뒷바라지하며 가장 역할을 했고 떡방앗간을 하며 아들 3명도 모두 어엿하게 키웠다.
마흔을 넘긴 아들들은 도시로 떠나 사업을 하다 아직도 한쪽 팔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해 하나둘씩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떡방앗간을 일구고 있다.
모씨에게 친정어머니는 가장 마음아픈 존재다.
어머니도 홀로 쌀장사를 하며 6남매를 키워내고, 노년에는 딸을 돕다 한쪽 팔까지 잃었지만 원망 섞인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늘 딸 걱정뿐이다.
그런 친정어머니를 남편과 손과 발이 돼주며 40년 동안 극진하게 봉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8 어버이날 孝사랑 큰잔치'에서 모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한다.
이 소식을 들은 모씨는 동백장이 어떤 의미의 상인지 첫째 아들에게 자세하게 설명 들은 뒤 그제야 환하게 웃어 보였다.
모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큰 훈장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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