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사학스캔들, 아베 '정조준'하나…前총리비서관 10일 국회 증언

입력 2018-05-08 09:42   수정 2018-05-08 09:48

日사학스캔들, 아베 '정조준'하나…前총리비서관 10일 국회 증언

'보이콧' 야권, 국회 정상화하기로…"성희롱, 죄 아니다" 아소 발언에 비판 쇄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사학스캔들이 연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을 궁지로 몰고 있는 가운데 스캔들의 핵심 관계자인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 비서관이 오는 10일 일본 국회에 불려나와 증언한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그간의 입장을 바꿔 문제의 사학재단인 가케(加計)학원 관계자와 면담할 사실을 인정할 예정이어서 사학스캔들의 칼날이 아베 총리로 향하게 될 전망이다.
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10일 야나세 전 비서관을 국회에 참고인 초치(招致·소환의 일종)하는 한편 아베 총리를 여러차례 국회로 불러 해명을 듣기로 했다.




대신 야권은 지난달 20일부터 거부했던 국회 심의에 복귀하기로 했다. 야권은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문서 조작 등과 관련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사퇴할 때까지 국회 심의에 참가하지 않겠다며 보이콧했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가케학원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이 산하 대학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비서관 재직 중 가케학원 관계자와 수의학부가 들어서는 에히메(愛媛)현 직원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런 의혹은 에히메현의 문서를 통해 밝혀졌는데, 카케학원 관련 내용은 '총리 안건'이라는 표현으로 명기돼 있어 아베 총리 혹은 총리 관저가 관련됐다는 의심을 짙게 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그동안 면담 사실에 대해 "기억이 나는 한 만나지 않았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부정했고, 아베 정권은 이를 두둔해왔다.
하지만 그가 최근들어 면담 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국회 발언 내용에 따라서는 아베 정권을 더 심각한 수준으로 흔들 수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회의 다음날 야나세 전 비서관의 국회 소환이라는 악재를 맞게 됐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이미 '내각 총사퇴' 기준이라는 30% 선까지 내려와 있다.



아베 정권과 여당 자민당은 야권이 복귀한 국회에서 노동개혁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안의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정권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의석수라는 '힘'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처지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사학재단인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자위대가 정권에 불리한 일일보고 문건을 감췄다는 의혹,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전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추행 등 잇단 스캔들과 정관계 인사의 비위로 곤경에 처해있다.
특히 후쿠다 전 차관의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망언'으로 인해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4일 방문지인 필리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희롱죄라는 죄는 없다. 살인이나 강제추행과는 다르다"고 다시 가해자인 후쿠다 전 차관의 편을 들었다. 그는 이에 앞서서도 "(후쿠다 전 차관이) 속아서 문제 제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등의 의견이 세상에 있다", "담당을 남성기자로 바꾸면 될 뿐" 등의 망언을 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성희롱이 범죄가 아니다'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7일 밤 도쿄 재무성 앞이나 교토(京都), 삿포로(札晃) 등 전국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며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성희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세대다. 내 감각과는 전혀 다르다"(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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