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여성 4명에 신체적 폭력·학대"…보도 몇 시간 만에 사퇴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전세계에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불러온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수사를 이끈 미국 뉴욕주의 검찰총장 에릭 슈나이더만 역시 성추문으로 낙마했다.
7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슈나이더만 총장의 과거 여성 폭행 및 학대 의혹을 보도한 이후 몇 시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보도 직후 연인관계에서 있었던 '역할극'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던 슈나이더만 총장은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여전히 의혹을 반박하면서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슈나이더만 총장은 "지난 몇 시간 동안 나에 대한 심각한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며 "이런 의혹들은 나의 업무 수행이나 검찰 운영과는 무관하지만 그들은 이런 결정적인 시기에 검찰 업무 지휘를 사실상 방해하려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사임한다"고 밝혔다.
앞서 뉴요커는 4명의 여성이 슈나이더만 총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실명을 밝힌 여성 2명은 슈나이더만 총장과 연인관계였다고 밝히고, 그와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제로 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보복이 두려워 이를 외부에 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슈나이더만 총장은 이들을 폭행하고 목을 졸랐다. 한 여성은 슈나이더만 총장이 전화 도청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위협하기도 했다. 폭행은 종종 슈나이더만 총장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여성 역시 슈나이더만 총장으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전했다. 그 중 한 명은 슈나이더만 총장이 만남 제의를 거절당하자 자신을 폭행했다고 털어놨다.
보도 이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의 최고 법 집행관을 포함,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슈나이더만이 검찰총장으로 계속 일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며,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도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그를 압박했다.
슈나이더만 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역할극과 다른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하기도 했었지만, 누구도 폭행한 적은 없다"며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결코 한 적 없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소속인 슈나이더만 총장은 2010년부터 뉴욕주 검찰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미투운동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해왔으며,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의혹과 그의 영화제작사인 와인스틴 컴퍼니의 시민권법과 차별금지법 위반 행위 등의 수사를 이끌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을 겨냥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제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에 대한 자금유용 혐의 등을 수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로도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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