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 환영준비로 긴장 속 분주한 예루살렘

입력 2018-05-08 11:47  

미국 대사관 환영준비로 긴장 속 분주한 예루살렘
도로 표지판·양국기 등장…팔레스타인, 행사 보이콧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이 일주일 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면서 현지에서는 미국 대사관을 맞으려는 움직임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하고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양력)인 오는 14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겹경사를 맞은 예루살렘 남부의 거리에는 7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의 방향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양국 기가 펄럭이고 있다고 로이터와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거리에서는 작업자들이 '미국 대사관'이라는 문구가 쓰인 표지판을 설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문구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영어와 히브리어, 아랍어로 쓰였다.
예루살렘의 니르 바르카트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사진과 함께 "이것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오늘 아침 미국 대사관을 알리는 첫 표지판이 걸린 것을 보고 자랑스럽고 가슴이 뭉클하다"라고 소감을 썼다.
1주일 후 열리는 대사관 이전 행사에는 미국의 고위급이 대거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부부를 비롯해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중동 협상담당인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사 등이 예루살렘을 찾는다.
덩달아 예루살렘 도로의 가로등에는 미국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도 나란히 걸리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에서 살다가 35년 전 이스라엘로 이주한 루탄 나훔(64)은 로이터통신에 "미국 대사관이 이리로 온다는 말에 감격했다"며 "예루살렘은 우리의 수도"라고 힘줘 말했다.
미국 대사관은 우선 미국 영사관 구역에 자리를 잡게 되며 몇 년이 걸릴 청사 신축 작업이 끝나면 이전을 완전히 마치게 된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양쪽 모두에 성지로, 예루살렘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다.
팔레스타인도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자국 수도로 주장하면서, 현재 대부분의 나라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노련한 협상가인 사에브 에라카트는 성명을 통해 "이런 움직임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2개의 주권 및 민주 국가가 이룩해온 정당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라카트는 이어 미국 대사관 이전 행사 참석자들은 "국제법 및 팔레스타인인들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을 고무하는 불길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외교관들과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들에 보이콧을 요구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념행사를 전후해 발생할 수 있을 공격에 대비, 단호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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