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팔레스타인인 조준사살 이스라엘 군인 가석방

쓰러진 팔레스타인인 조준사살 이스라엘 군인 가석방
18개월 선고받고 9개월만 복역…팔레스타인 반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미 총에 맞아 쓰러진 팔레스타인인의 머리를 조준해 사살한 이스라엘군 병사가 형기의 절반만 채우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AFP통신은 8일 이스라엘 병사 엘로드 아자리아(21)가 이날 텔아비브 인근 군 교도소에서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원래 징역 18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군 수뇌부의 결정으로 형기가 4개월 줄었고, 이번엔 가석방까지 되면서 형기의 절반인 9개월만 복역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아자리아는 2016년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압델 파타 알샤리프(당시 21세)를 사살했다.
알샤리프는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 병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다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 상태였다.
아자리아는 쓰러진 알샤리프의 머리를 다시 조준해 사격했다. 당시 상황은 한 인권단체에 고스란히 촬영됐고 인터넷에서는 쓰러져 저항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조준 사격한 것은 비인도적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이스라엘군 검찰은 '비고의 살인죄'(manslaughter)를 적용해 아자리아를 기소했다.
아자리아는 알샤리프가 폭탄 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믿었다면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지만, 군사법원은 작년 2월 그에게 징역 18개월형을 선고했다.
당시 선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 우파 정치인들은 아자리아를 옹호하면서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살인죄가 인정됐음에도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당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성명을 내고 자동차에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 소년에게도 징역 3년이 넘는 형을 선고한 사례와 대조된다면서 이스라엘의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자리아의 석방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져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시위를 격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난 3월 30일부터 가자지구에서 매주 금요일 '위대한 귀환 행진'이라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군과 충돌이 빚어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미국은 이달 14일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들의 반발 속에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할 예정이어서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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