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활비 수수 혐의 관련 증언은 거부
이병기 "뇌물 바치고 비서실장 사표 내는 법 있나" 혐의 부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만기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만큼 깨끗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 전 비서관은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뇌물수수 사건에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 4일 새벽 만기 출소한 이후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질문을 시작하자마자 "제가 동일 사건으로 재판 중이라 증언을 거부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그는 "수사 기관에서 진술한 것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16년 9월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2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측 국선 변호인들의 질문에도 일관되게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그는 변호인이 "당시 대통령이 개인 비용으로 쓰기 위해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단호한 어조로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장까지 나서 증언 의사를 물었으나 그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정말 저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충격적이었다"며 "사실 제가 아는 분 중에 박 전 대통령만큼 깨끗한 분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 심정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많다"면서 "그분이 평생 사신 것과 너무 다르게 비치고 있어서 대단히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 전 비서관이 증언을 거부함에 따라 그의 증인 신문은 30분 만에 끝났다.
정 전 비서관에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에 8억원의 특활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지원한 특활비는 뇌물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뇌물 바치고 비서실장 간 사람이 사표 내고 나오는 법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7개월가량 재직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는 2015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때 자신의 이름이 거론돼 비서실장직을 그만두려다 시기가 늦어졌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성완종씨가 자살하기 전에 제게 전화해서 대통령 독대를 시켜달라고 했다. 그걸 거부했더니 섭섭해서 (리스트에) 제 이름을 넣은 것 같다"며 "그때 대통령께 누가 될까 봐 사표를 내려고 하니 주변에서 '지금 그만두면 마치 성완종에게서 뭘 받은 것처럼 되니까 참으라'고 해서 참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원장은 2016년 총선이 끝난 뒤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창피하지만 제가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 독대를 못 했다. 마지막 사표 내던 날 처음 독대했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청와대 내 '왕따설'을 제기하며 "대통령과 독대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했을 땐 "대통령과 언제든 독대할 수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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