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김정은 '단계별·동시적 조치' 요구, 워싱턴에 경고음"

입력 2018-05-09 01:41   수정 2018-05-0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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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김정은 '단계별·동시적 조치' 요구, 워싱턴에 경고음"
재방중 북미담판 영향에 촉각…"중 지원 지렛대 시도, 제재완화 요청 가능성"
"날짜·장소 공개 지연과 맞물려 회담 준비 뜻밖의 장애 부딪힐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방중으로 인해 고조된 북·중 밀월관계가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중국의 지원을 확보, 협상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협상 실패 시 출구를 대비하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는가 하면, 김 위원장이 '단계별·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함에 따라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중국 측에 제재완화를 직접 요청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라면서 "북미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의 '단계별·동시적 조치' 발언을 두고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장 완화를 위한 동시적 조치들을 요구할 것이라는 의심을 증폭시키면서 워싱턴에 경고음을 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내지 않고는 그토록 열심히 추구했던 핵무기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있다"며 "이 '양보'에는 주한미군 축소도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연장 선상에서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시 주석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을 둘러싼 외교전의 한가운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특히 WP는 40여 일 만의 북·중 정상회담 재개최와 북미정상회담의 날짜 및 장소 발표 지연을 놓고 정상회담 준비가 뜻밖의 장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北京) 리서치그룹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龍洲經訊)의 얀메이 시에 연구원은 WP에 "김정은은 한국·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불구, 북·중 관계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걸 시 주석과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진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김정은이 시 주석에 다시 갔다는 것은 진짜 실질적인 협상이 (미국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라며 "어쩌면 북한과 미국은 일정부분 급진적 양보안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이번 연대 강화는 중국이 한반도 상황에서 중심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부심하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시 주석에게 제재완화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을 소개했다.
NYT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이 김정은에게 새로운 지렛대를 제공했을 수 있다"며 "김정은은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고통을 완화해주지 않으면 한국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북중 정상 간의 훈풍 모드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선 안된다는 진단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동을 통해 중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담보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생명줄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북·중간 대화가 갖는 의미는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며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는 어떤 협상도 일정 정도 베이징의 입장과 보조를 맞춘다는 걸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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