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 양주 회암사지·북한산성 등 4건 부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 '한국의 서원'과 '한양도성'이 2016년과 2017년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예선 절차라고 할 수 있는 잠정목록 등재 문턱도 높아졌다.
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 분과는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각 지자체가 신청한 양주 회암사지, 북한산성, 김제 벽골제,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안건을 심의해 모두 부결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협약 당사국이 등재를 희망하는 유산을 모은 목록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12건, 자연유산 4건을 잠정목록에 올려둔 상태다.
잠정목록 등재 시기를 보면 2010∼2013년에는 해마다 적어도 1건, 많게는 4건이 등재됐다. 그러다가 2014∼2016년에는 신규 유산이 없었고, 지난해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이 새롭게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의 서원과 한양도성을 철회한 바가 있어 잠정목록 등재 단계부터 심사를 엄격하게 하자는 기류가 생겼다"며 "이번에 심의한 유산 4건도 세계유산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등재 기준에 비춰볼 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회의에서 문화재위원들은 세계유산 필수 요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뿐만 아니라 완전성, 진정성, 보존관리 계획, 신청서 내용까지 두루 검토했다.
예컨대 양주 회암사지는 '14세기 동북아시아 불교사원의 증거'라는 점을 내세웠으나, 등재신청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완전성 측면에서 유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국내외 다른 불교사원과 차별화하는 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고려시대에 쌓은 뒤 조선 숙종(재위 1674∼1720)이 대대적으로 개축한 북한산성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문화재위원들은 회암사지와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서울시와 고양시 관할구역의 보수 방법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차라리 한양도성과 연계해 함께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김제 벽골제는 진정성과 완전성을 갖추지 못했고, 처음 만든 시기와 당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유산과 비교 연구, 유산 구역 확장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나마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胎室·태를 항아리에 봉안한 뒤 조성한 시설)은 등재신청 기준, 진정성, 보존관리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문화재위원회는 조선왕조 태실 문화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작업과 태실 수호사찰 성격 해설을 과제로 제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남은 잠정목록 후보는 없다"며 "앞으로도 잠정목록 단계부터 면밀하게 세계유산 가치와 신청서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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