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같은 건물에 선거사무소 마련…중학교·육사 선후배 사이
공직생활 출발·정계 입문 과정도 비슷…정치적 동지서 정적으로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충남 천안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예고한 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자리를 잡으면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두 예비후보는 중학교와 육사 선후배 사이로, 공직생활 출발과 정계입문 과정도 비슷하다. 한때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구본영(66) 후보와 자유한국당 박상돈(69) 후보 얘기다.
두 후보 선거사무소는 최근 천안시청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불당동 한 건물 2층에 각각 설치됐다. 중간에 은행사무실을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운동원들은 물론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서로 마주치는 일은 다반사다.
같은 선거에 나서는 경쟁자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선거사무실을 사용하는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는 천안중학교와 육군사관학교 2년 선후배 사이다. 둘 다 유신 사무관 출신이다.
유신 사무관은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사관학교 임관 5년이 지난 대위 전역자를 5급 행정직 사무관으로 임용했던 공무원 채용제도다.
두 사람은 젊은 나이에 직업군인에서 행정공무원으로 전직해 승승장구했다.
박 후보는 1980∼1990년대 내무부 과장, 청와대 대통령실 행정관, 충남 아산군수, 보령시장, 서산시장, 충남도 의회사무처장, 기획정보실장 등을 지냈다.
2002년 6월 제3회 전국지방선거에 천안시장으로 출마했으나 후보등록 서류 미비로 후보자격을 잃어 중도에 하차했다.
이후 2년 뒤인 2004년 제17대 총선 천안을 선거구에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국회에 진출했고 18대 국회의원으로 재선됐다.
그러나 2012년 19대 국회선거에서는 낙마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지난 1월 피선거권 회복과 함께 한국당 후보로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구 후보는 1980년부터 국무총리실에서 행정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과 규제개혁조정관실 규제개혁심의관(이사관), 국무총리실 관리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국무총리실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2005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박 후보 권유로 열린우리당에 입당,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4월 제4회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으로 출마했으나 쓴잔을 마셨고, 4년 뒤 2010년 제5회 천안시장 선거에 다시 도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두 번의 시장선거 낙마로 오랫동안 정치적 낭인과 같은 생활을 한 구 후보는 2014년 제6회 천안시장 선거에서 2전 3기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천안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이 이제 정적이 된 것이다.
선후배이자 정치적 멘토와 멘티 사이였던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엇갈린 것은 2012년 말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시점이다.
앞서 2008년 2월 두 후보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자유선진당을 창당하자 함께 선진당에 입당했다.
박 후보는 당적을 옮긴 뒤 2008년 4월 제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구 후보는 2010년 천안시장 선거에 자유선진당으로 출마했지만, 시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한 후보는 계속 국회의원이 되고 한 후보는 시장선거에서 연거푸 쓴잔을 마셨지만, 돈독한 선후배 관계와 정치적 인연은 계속됐다.
끈끈했던 두 후보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선진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이후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박 후보는 합당에 따라 새누리당을 택했지만 구 후보는 합당을 반대하고 탈당한 뒤 민주통합당(열린우리당)으로 복당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데 따른 각자의 선택이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이 천안시장 선거에서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두 후보 사례에서 보듯 정치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 같다"며 "두 후보 모두 정치생명을 걸고 이번 선거에서 나선 만큼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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