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경찰, 인제계곡 시신없는 살인 재추적

입력 2018-05-12 08:00  

"끝까지 간다"…경찰, 인제계곡 시신없는 살인 재추적
새터민과 여행갔다 감쪽같이 없어져 3년째 미궁 상태
용의자 새터민 한때 구속될뻔…檢, 시신없어 영장기각

(용인=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지인인 북한 이탈주민과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가 사라진 40대 남성 실종사건 수사가 3년째 답보 상태다.
경찰은 실종자가 감감무소식인 점을 들어 이 사건을 '시신없는 살인'으로 규정하고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하고 있으나 아직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사건해결을 위해 다시 한번 신발끈을 조여맸다. 현장수색 등 원점에서부터 이사건을 되짚으며 실마리를 찾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1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2015년 5월 1일 김모(당시 45세)씨는 서울에 사는 지인 A(51)씨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A씨는 1996년 탈북한 새터민으로, 김씨와는 2014년 강원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다가 알게 된 사이다.
여행 첫날 둘은 서울 소재 A씨의 집에서 함께 잤고, 다음날 강원 동해시에 있는 또 다른 지인 집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
3일에는 인제군의 한 계곡에 둘이 들어가 낮부터 술을 마셨다.
이후 A씨는 홀로 귀가했으나 김씨는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김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김씨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3일 A씨와 단둘이 인제 계곡에 들어간 것까진 밝혀냈다.
김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곳도 인제 계곡이었다.
가장 수상한 사람은 당연히 A씨. 경찰은 여행 직전 둘 사이에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해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수사결과 A씨는 자신이 시설 보수직으로 일하고 있는 서울 모 대학병원의 장례식장 운영권에 투자하라고 속여 김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뒤 1억5천만원만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집에 가자'고 했는데 김씨가 '가기 싫다'고 해서 그냥 두고 집에 왔다"라며 "먼저 집에 와서 그 뒤 김씨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돈거래에 대해서도 "장례식장 운영권 투자 명목이 아니라 고시원 건물 매입에 쓰기 위해 잠시 빌린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이 돈거래와 김씨의 실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탓에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이후 A씨는 석방됐다.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살인 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동시에 A씨가 사기행각을 벌인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 일단 A씨를 사기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A씨의 사기 사건은 최근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김씨를 상대로 5억원, 또 다른 지인을 상대로 1억원 등 총 6억원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진 만큼, 이 사건은 끝까지 파헤칠 계획"이라며 "김씨가 실종된 시점이 5월인 것을 고려하면, 인제 계곡의 주변 환경이 사건 발생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색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년간 인제 계곡에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을 포함, 연인원 3천800여명을 투입해 수색해왔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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