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미공개 영상, 38년 만에 빛을 보다…그날의 항쟁 생생(종합)

입력 2018-05-09 17:40  

5·18 미공개 영상, 38년 만에 빛을 보다…그날의 항쟁 생생(종합)
즐비한 관 행렬, 시민군·계엄군 대치·환자 가득한 병상 등
기록관 "사료가치 커"…10일부터 일반인 대상 공개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1980년 5·18 당시 항쟁과 참상을 고스란히 담은 미공개 영상물이 38년 만에 빛을 봤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9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18 3개 단체장과 회원, 시민단체,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미공개 영상기록물 상영회'를 개최했다.
이 영상은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국군통합병원과 적십자병원 환자 치료 상황, 시민군과 계엄군 대치상황 등 광주 일대와 근교를 촬영한 기록물이다.
모두 16㎜ 네거티브(음화) 필름 형태 총 3권(롤)으로 이뤄졌으며, 상영시간은 72분이다.
'광주 Part1'에는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광주 Part2'에는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항쟁 관련 생생한 기록을 담았다.
마지막 '광주 Part3'은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항쟁 이후 정리상황을 기록했다.
상영회 참석자들은 "영상에 총격 현장 등 충격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당시 참상을 말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3권의 영상에는 주로 금남로 시위대와 계엄군 대치상황, 적십자병원과 국군통합병원, 영안실 시신, 트럭·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민, 도청 앞 궐기대회 등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계엄군과 시민군의 옛 전남도청 앞 대치 모습, 계엄군을 지척에 등지고 시민군을 향해 가두방송하는 전옥주씨 모습, 택시로 보이는 차량이 유리창 3∼4개가 깨지고 파손된 채로 나뒹구는 장면 등 당시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태극기를 차량에 걸고 이동하는 시민들의 비장한 모습과 여성 여러 명이 주먹밥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날의 참상을 보여주는 시신·관 나열 부분도 여러 컷 담겼다.

태극기에 덮인 희생자들의 시신, 망월동으로 옮겨진 희생자 관이 즐비하게 줄지어 선 장면,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유족 모습 등은 아직 치유되지 않은 5·18의 상흔을 보여줬다.
트럭 적재함에 탄 10여 명의 외신기자 등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의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계엄군이 무기를 회수하고 도청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 도청 현관 앞 회수된 무기들, 헬기를 타고 도청을 방문한 계엄군 지휘부, 도로와 기관 앞에 경계 중인 계엄군 모습 등 계엄군이 시민군을 진압하고 난 이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장면도 있었다.
이날 영상기록물을 관람한 한 시민은 "당시 계엄군 만행과 참상에 대해 수없이 들었지만, 오늘 영상을 보니 다시금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기 힘들다"며 "이번 영상물 공개를 계기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발포명령 등 책임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5·18 관련 영상기록물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이 영상물은 1980년 광주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록관은 지난해 12월 익명의 수집가로부터 영상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영상기록물 상태와 내용을 점검한 뒤 올해 3월 기록물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수집가는 영상기록물 수집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관 측은 "기록관과 협약한 한국영상자료원이 음화필름(네거티브 필름)을 현상하고 한 달간 디지털 작업을 거쳐 영상을 공개했다"고 "촬영 구도, 수준, 기법 등을 고려할 때 기자 등 전문가가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록관은 공개 상영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반시민을 위해 10일부터 30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 5·18기록관 3D 영상실(3층)에서 공개 상영한다.
구체적인 상영시간은 기록관 누리집에 공지할 예정이다.
11일부터 한국영상자료원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원과 경기 파주 분원 영상도서관에서도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영상 열람기회를 제공한다.
기록관은 이날 공개된 영상물과 관련한 정보, 영상물에 나오는 인물·장소 등에 대한 시민 제보를 받는다.
기록관 관계자는 "미공개 영상기록물을 발굴·수집했다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홍보·교육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폭넓은 활용가치가 있다"며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5·18과 광주의 상황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영상자료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제보 전화 ☎ 062-613-8202, 8287
kj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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