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 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의 부정 부패 사건에 대해 기사를 써온 탐사보도 기자가 총격을 받아 다치는 일이 벌어져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현지 경찰은 유력 일간 비예스티의 여성 기자인 올리베라 라키치(49)가 8일 저녁(현지시간) 수도 포드고리차의 자택 앞에서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3명의 남성이 라키치 기자에게 접근, 그의 오른쪽 다리에 총을 쏜 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라키치 기자는 즉각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부상 정도가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도망친 범인들을 붙잡기 위해 포드고리차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CCTV 분석에 들어갔다.
특히 몬테네그로의 담배 산업과 관련한 부패와 범죄를 집중적으로 캐온 것으로 알려진 라키치 기자는 2012년에도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약 3년 간 경찰의 보호 아래 생활하기도 했다.
비예스티 신문의 미하일로 요보비치 편집장은 자사 기자의 피습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얼마나 더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며 "라치키 기자가 다수의 기사에서 언급한 의혹들을 당국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부정 부패 사건에 대한 몬테네그로 정부의 미온적인 수사의지를 비난했다.
두스코 마르코비치 총리는 사건 직후 "배후와 동기를 밝히기 위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보 오라프 몬테네그로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대표는 트위터에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기자들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몬테네그로는 오는 2025년 EU 가입을 목표로 EU가 요구하는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라키치 기자는 지난 달 대선에서 승리한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다고 AP통신은 밝혔다.
1991년 불과 29세의 나이에 유럽에서 가장 젊은 총리가 된 주카노비치는 이후 총리 6차례, 대통령직 1차례를 수행하며 약 25년 간 권력을 유지, 발칸 반도에서 최장수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반대파로부터는 부패와 정실인사, 경제 실패 등에 책임이 있다며 비난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그가 조직 범죄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작년 10월 몰타의 탐사 기자가 차량을 타고 가다가 원격 폭탄이 터지며 폭사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이탈리아 마피아와 슬로바키아 정부 고위 관료들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기사를 준비하던 슬로바키아 기자가 자택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총을 맞아 사망하는 등 기자들을 겨냥한 공격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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