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탐한 '카르멘' 욕심 과했나

입력 2018-05-09 19:15  

한국무용 탐한 '카르멘' 욕심 과했나
서울시무용단 창작무용극 '카르멘' 리뷰…색다른 매혹 못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울시무용단의 '카르멘'은 정열과 매혹의 집시 여인 카르멘에 한국적 춤을 입히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한국 모던 발레 선구자로 불리는 제임스 전(59)의 첫 한국무용 도전이라 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전막 시연으로 그 베일을 벗은 '카르멘'은 80분 내내 전통과 모던, 스페인과 한국 사이를 헤맸다.
여러 상이한 정서와 움직임이 융합됐지만 독특한 향취를 빚어내는 대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 같은 텁텁한 뒷맛을 남겼다.
분명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우선 자유분방한 팜므파탈의 대명사 카르멘은 그간 많이 소비돼온 '관능적이고 치명적인 여인'의 클리셰 같은 동작들에 갇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요염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흔들거나 몸을 훑는 동작은 신선하지도, 사람을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무지갯빛 조명은 흡사 옛 카바레 인상을 줬다.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 파멸에 이르는 돈 호세나 투우사 에스카미오, 군인들의 춤은 더 설익은 느낌이었다.
남성 군무의 역동성도,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의 미학도 오롯이 살아나지 않았다. 남성 무용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발레 움직임을 소화하느라 급급해 보였다.
물론 눈길을 끄는 장면도 있었다.
보헤미아풍 음악과 집시 여인들의 부채춤, 무대 위에 매달린 동양적 느낌의 꽃문양 등이 어우러진 2막 시작 부분은 유럽 민속적 정서와 한국 전통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장면마다 길이가 짧고 전개가 빨라 지루한 느낌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조선 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의상은 개별적으로는 형형색색 아름다웠다. 다만 무대에 오르니 다소 통일성이 부족하고 산만해 보여 아쉬움으로 남았다.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현재 만 7세 이상으로 설정된 극의 관람 연령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카르멘이 군인들과 질펀하게 추는 춤은 차치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이 담배를 피우고, 목을 졸라 살해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이 작품이 초등학생 관람가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전막 시연 공연에는 초등학생들도 함께 초대됐는데 일부 장면에서는 보호자들이 아이들의 눈을 가리느라 분주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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