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청동기시대 유라시아 스텝지역 고대 인류 게놈분석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류가 청동기시대에도 B형 간염을 앓았다는 사실이 고대 인류 게놈(유전체)분석으로 확인됐다. 또 청동기시대부터 중세까지 유라시아 스텝지역에 거주한 민족들 간 유전적 상호관계도 밝혀졌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자연사박물관 에스키 윌러스레프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10일 유라시아 스텝지역에서 발견된 4천500∼1천500년 전 인류 137명의 유해와 청동기시대 인류 167명의 게놈을 분석하고 이를 현대 인류 502명의 게놈과 비교한 연구논문 2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7천∼200년 전 중앙 및 서부 유라시아에 살던 인류 304명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논문에서 4천여년에 걸쳐 살았던 25명의 게놈에서 이들이 HBV에 감염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는 지금(2015년 기준)도 연간 약 2억5천700만명이 감염되고, 88만7천여명이 B형 간염 및 합병증으로 사망하지만 HBV의 기원이나 진화과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연구진이 지금은 멸종된 유전자형을 포함해 12개의 HBV 유전자형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복원해 현대 인류 및 영장류 HBV와 비교 분석한 결과 고대 HBV의 지역 분포는 현대의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형의 HBV는 애초 유라시아 지역에 분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동기시대 인류의 이동 경로와 일치하는 것으로 고대 HBV 게놈 분석이 인류 이동 경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이처는 이 연구에 대해 현대 HBV 염기서열 연구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복잡한 HBV 진화과정을 드러낸다며 고대 HBV 염기서열을 더 연구하면 HBV의 진짜 기원과 초기 진화과정을 더 명확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 또 4천500∼1천500년 전 유라시아 스텝지역에 살던 고대 인류 137명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 이를 중앙아시아·알타이·시베리아·코카서스 등에 거주한 조상의 후손이라고 밝힌 502명의 게놈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도 발표했다.
그 결과 철기시대에 유라시아 스텝 지역에 살던 스키타이인들은 유전적으로 후기 청동기 목축인과 유럽 농업인, 남시베리아 수렵·채집인이 뒤섞여 민족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타이인은 뒤에 흉노연합국을 만든 동부 스텝 유목민과 섞였고, 기원전 2∼3세기 서쪽으로 이동해 기원후 4∼5세기에 훈족문화을 형성했으며, 다시 중세에 칸국(칭기즈칸 등 칸이 다스리는 지역) 동아시아인과 섞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울산과기원(UNIST)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는 "이 연구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 아시아계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을 게놈분석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조상과 연결될 수 있는 중앙아시아의 게놈 정보가 대거 확보된 소중한 논문"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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