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못 뛰었던 것, 몰아뛰는가 봐요…하하"
(울산=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축구대표팀 왼쪽 풀백 자원인 박주호(31·울산)에게 최근 3년은 악몽 같았다.
부푼 마음으로 입단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며 벤치와 2군을 오갔다.
지난해엔 새로 부임한 피터 보츠 감독이 박주호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현지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주호로선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주호는 머릿속에 담기 싫은 당시의 기억을 자학개그로 승화시키며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
상처를 봉합하고 새로운 목표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수원 삼성과 경기를 마친 박주호는 최근 살인적인 일정으로 인한 체력 관리 문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까지 안 뛴 것을 몰아서 뛰고 있나 봐요."
능청스럽게 취재진을 '빵 터뜨린' 박주호는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님이 체력 관리를 위해 훈련 때 배려를 해주시고 있고, 너무 힘들면 내가 스스로 경기 중 교체 사인을 내기도 한다"라며 "러시아 월드컵은 잘 준비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박주호는 러시아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을 위해 2011년부터 이어온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올해 K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국내 복귀가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오로지 실전 경기 기회를 많이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굳은 결심을 했다.
그동안 실전 경기에 목말라 했던 그였기에, 울산에서의 빡빡한 경기 일정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주호는 "최근 석 달 동안 K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 등을 병행해 거의 쉬는 날이 없었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라며 "팬들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에 불어닥친 '부상 악령'에 관해서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함께 수비라인에 서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있어 대표팀 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선수들이 큰 부상으로 계속 쓰러지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부담보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고, 대표팀에서는 측면 수비수를 맡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기가 더 어렵다"라면서 "월드컵에 나가게 된다면 편한 마음으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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