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개발원 "일본이 협정 이행의무 위반, 국제재판 제소 검토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우리나라와 일본이 석유를 공동개발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 발효된 지 올해로 40년이 됐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일본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를 내세워 협정을 이행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10일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이런 상태로 간다면 10년 뒤인 2028년에 석유를 전혀 생산하지도 못한 채 협정이 종료될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9년 동중국해의 대륙붕에 석유 매장 가능성이 크다는 유엔 극동경제위원회의 보고서를 계기로 이듬해 한국, 일본, 중국(대만)은 각각 자국법에 따라 총 17개의 해저광구를 설정했지만 서로 겹치는 수역이 발생했다.
한국은 1970년 1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8개의 해저광구로 구분하고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해당하는 수역을 7광구로 설정했다.
한국이 대륙연장론에 근거해 해저개발광구를 설정하자 일본은 중간선 경계를 주장하며 대립해 양국은 1974년 1월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하고 7광구를 공동개발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협정은 양국의 국내비준 절차를 거쳐 1978년에 발효됐다.
한국은 미국계 석유회사들이 공동 설립한 코리안아메리칸석유주식회사(KOAM), 텍사코, 한국석유개발공사에 조광권을 부여했고 일본은 일본석유 등 2개 회사에 조광권을 부여해 1987년까지 7개 공구를 공동 탐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1년부터 8년으로 예정된 2차 탐사는 외국계 기업 등의 조광권 반납으로 2년 만에 중단됐다.
2001년 탐사를 재개했지만, 결과를 놓고 양국이 이견을 보였고 일본은 2004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동탐사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2010년까지 민간차원의 공동연구가 진행됐지만, 일본은 이마저 일방적으로 종료해 버렸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일본은 초기에는 협정 이행을 위해 협력했지만 1993년 2차 탐사 중지 이후에는 이행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수차례 협정 이행을 촉구했으나 일본은 공동개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조광권자도 지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공동개발협정 종료가 불과 10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해저자원 개발에는 통상 약 10년이 걸리므로 현재 상태라면 자원을 발견하더라도 시간의 한계 때문에 상업개발을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협정이 종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은 시추를 통해 석유의 존재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므로 10년이라는 기간 내에 상업생산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의 대부분이 잠정 등거리선을 기준으로 일본 측 해역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협정 종료 이후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정 종료 이전에 반드시 개발 성과를 내야 협정을 연장할 수 있고, 그 후 전개될 양국 간 해양경계 획정에서도 우리나라에 유리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본에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이행을 지속해서 요구해야 하며 일본이 조광권자 지정 등 협정에서 정한 의무를 계속 위반하면 국제법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의무 위반에 따른 협정 시행중지를 주장하는 방안과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합적 대응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해양수산부가 함께 정책을 강구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주장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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