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사용 안하면 할인·리필 혜택…대형 커피과 합의 마쳐"
(세종=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10일 "폐비닐 수거 대란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 전체가 생산, 소비, 배출, 재활용과 함께 문화까지 다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재활용 폐기물 대책은 우리 사회를 훨씬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다음은 김 장관, 관계부처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비닐봉투에 관해서는 기존 규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비닐 쓰지 않도록 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분기별로 실행 상황을 점검해 잘 지키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으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커피전문점과 합의된 내용인가.
▲ 그렇다. 일단 대형 커피전문점들과 합의를 거쳐 가격 혜택을 주기로 했다. 대형 업체와 중소 업체 차등을 둬서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실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크게 잡았다. 법적인 강제력을 갖추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실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형 커피전문점 업체들은 자발적 협약을 했다. 나머지는 내년에 법을 기반으로 하려고 한다.
-- 2022년까지 일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량 35%를 줄이겠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거쳤나.
▲ 품목별, 업체별 발생량을 다 고려했다. 1차로 자발적인 협약 통해 발생하는 부분과 2차로 법·제도 통해 강제하는 단계를 다 계산해서 근거치를 추정했다.
--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는 고민은 하지 않았나. 생산자 책임은?
▲ 폐기물에 관한 기본 책임은 지자체에 있어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항목별 이행과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할 일이 아주 많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시행을 높이려고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은 운영 협의체가 결정하기로 돼 있다. 비율을 높이는 문제를 포함해 운영위가 논의하고 있다.
--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겠다고 했는데. 중간 단계별 목표치가 있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 2022년까지 35% 줄이는 게 목표다. 페트병으로 음료나 물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협의를 마쳤다. 지자체가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서 (재활용 위반을) 적발하면 부과금을 지금보다 상향해 물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 비닐류 재활용 의무율을 2022년까지 90%로 상향 조정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 비닐을 포함해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은 유한하다. 물질 재활용 기술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SRF(폐비닐 주요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로 할 수도 있는데, 현재 있는 SRF 시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가 환경부의 관점이다. 주민이 이 시설에 대한 반감이 많아 시설을 잘 수용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SRF 추가 촉진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 과거 일회용품 보증금 제도 등이 있었는데.
▲ 10년 전 일회용품 보증금 제도는 보증금을 반환받는 시민 편의가 고려되지 않았다. 보완해서 쉽게 환불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가 중요하다. 이번에는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 대형마트, 슈퍼뿐만 아니라 재래시장도 일회용품 많이 쓰는데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 재래시장은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협력해서 방안을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에코백 이용 등을 재래시장에 어떻게 확산할까를 비롯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주부, 소비자단체, 유통업자 함께 단계별로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 SRF 등과 관련해서는 공공성 강화가 필요한데.
▲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공동주택과 민간 수거 업체 계약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수거를 거부하려면 사전 통보를 의무화해서 지자체가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재활용품 가격 변동 때문에 업체 수익이 낮아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대개 1년이었던 계약 기간을 월 단위로 계약서상 명기할 수 있게 했다. 지난 정부에서 SRF 정책을 강화하면서 재활용 기술은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다. 재활용에 관한 기술 개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재활용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가점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 이런 대책으로 폐비닐 수거 대란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 과거에는 재활용품이 수익성 있다고 판단돼 업체들이 가져가겠다는 상황이었다. 대체로 유가 굉장히 높아서 폐기물 가격이 높을 때 얘기다. (유가 하락으로 상황이 달라지면서) 문제가 벌어진 건 70%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생산, 소비, 배출, 재활용, 우리 문화까지 다 개선해야 한다.
-- 재활용 민간업체들한테 정부가 휘둘리는 것 아닌가. 업체들은 경기가 좋았을 때는 수익을 올리지 않았나.
▲ 수거업자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고물상처럼 굉장히 영세하기 때문에 이익을 탈취하거나 이런 개념은 아니다. 오랫동안 유가가 내려가 있는 상태에서 적자가 누적됐다. 공공에서 수거할 것이냐 시장에 의존할 것이냐를 딱 자르기는 어렵다. 고물상들이 사람을 고용해 영업하기 때문에 이를 공공 영역으로 가져오면 많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 지난번 폐비닐 수거 거부에 따른 공동주택 적치 문제는 해소됐나.
▲ 해소됐다. 현재 쌓여 있는 곳은 없다. 아파트와 수거 업체가 새로운 계약을 맺어 완전히 해소된 경우가 있고, 지자체가 임시로 수거해 가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임시로 하는 경우에는 공공에서 담당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지금도 협상 과정 중인 곳이 많다.
-- 지난달 재활용 폐기물 대란을 포함해 국민한테 불편을 끼쳤는데.
▲ 환경부 대표로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한 달간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도 희망적이었던 것은 이 과정에서 우리 소비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다는 점이다. 국민께 불편을 드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를 훨씬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이 전폭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요청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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