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결과 발표…"시설 내 인권 침해 사례 많아"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국내 중증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의 거주자 절반 이상이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입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3개 연구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7월 12일∼10월 19일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실태조사는 전국 중증장애인거주시설(233곳)과 정신요양시설(59곳) 중 75곳 1천500명(시설별 각 750명)의 입소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인권위에 따르면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응답자 중 67.9%가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 사유로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44.4%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21.3%는 시설 입소 당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고, 30.1%는 입소 당시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
이들은 적정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1개 숙소 안에 거주하는 인원으로는 3∼5명이 52.4%로 가장 많았고, 6명 이상(36.1%)이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입소자들은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38.3%), 자신이 원할 때 자유롭게 목욕하기 어려우며(34.8%), 다른 사람과 함께 목욕해야 하는(55.2%) 등 개인 생활이 보장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더 나아가 시설 내 언어폭력(18.4%), 무시(14.9%), 신체폭력(14.0%), 강제노동(9.1%), 감금(8.1%), 강제 투약 또는 치료(6.7%) 등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42.6%는 시설에서 나가 살고 싶다고 했고, 이 가운데 당장 나가고 싶다는 응답은 54.8%에 달했다.
정신요양시설 또한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비율이 62.2%로 가장 컸다. 입소 사유로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라는 대답(55.7%)이 제일 많이 나왔다.
1개 숙소에서 6명 이상 거주하는 비율은 62.7%였다.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70.7%),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목욕하는 경우(58.3%)도 응답률이 절반을 넘는 등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요양시설 내에도 폭력·학대 등 부당한 대우(24.7%)와 강제 격리 조치(21.7%), 강박(12.4%), 강제노동(13.0%)과 같은 인권 침해 경험을 털어놓은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59.7%는 퇴소 의사가 있으며, 즉시 퇴소하고 싶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다만, 퇴소를 결정하는 주체는 가족(50.2%)이라는 응답이 본인(18.4%)보다 월등히 많았다.
인권위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증·정신장애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토론회'를 열고 시설 관계자와 거주인, 보건복지부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정책적 대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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