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베낀 보고서도 못 거르는 전북도 연수 심사위원회

입력 2018-05-10 14:50  

똑같이 베낀 보고서도 못 거르는 전북도 연수 심사위원회
부실한 계획에 허술한 보고서 믿고 공무원 국외연수 승인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 전북도가 공무원의 외유성 해외여행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획이 부실해도, 보고서를 인터넷에서 베껴도 문제 삼지 않고 수억원에 달하는 연수 예산을 지원했다.
10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공무원 연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고 도정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해외 선진행정을 도입하기 위해 국장급 공무원 7명으로 구성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이 해외연수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아시아권은 1인당 최대 150만원, 유럽·미주연수는 3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수 허가에 붙는 조건은 의외로 단순하다.
정책과제를 목적으로 하는 연수는 연관기관 3곳, 자율과제는 2곳만 방문하면 된다.
외유성 연수 논란에 휩싸인 전북소방본부처럼 해외 소방서 2곳만 들르고 나머지는 관광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도 무방한 셈이다.
전북소방본부는 지난해 오세아니아 해외연수 일정을 호주 야생동물원과 오페라하우스, 세계적인 등반 명소인 트와이젤(Twizel), 폴리네시아 온천 등 관광지를 둘러보는 시간으로 채웠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소방서와 오마라마 소방서에 들렀으나 입구에서 기념 촬영만 했을 뿐, 보고서에 체험담조차 적지 못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연수를 진행하다 보니, 관광지를 자주 방문했다"면서도 "규정에 따라 연수 동안 소방서 2곳에 들려 계획한 과제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는 연수를 다녀와서 20일 이내 작성해 제출하는 보고서 심사도 소홀했다.
전북소방본부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와 작성한 보고서 대부분이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글을 그대로 베꼈음에도 걸러내지 못했다.
이 보고서들은 온라인상 오타까지도 충실하게 옮겨 명백한 표절을 증명했다.
전북도는 공무국외여행 심사가 소홀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력이 부족해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해마다 수백 명씩 해외연수를 나가다 보니 계획이나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연수가 적으면 꼼꼼하게 보고서를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ja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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