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북한땅 푸르게 할 나무, 빨리 가서 심고 싶네요"

입력 2018-05-10 15:37  

"코앞 북한땅 푸르게 할 나무, 빨리 가서 심고 싶네요"
철원 통일양묘장, 남북 '산림협력' 앞두고 기대 속 분주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코앞에 있는 북한 땅을 푸르게 할 나무들이 한창 자라고 있습니다. 빨리 가서 심고 구경도 가고 싶네요."
강원도의 대표 접경지역인 철원군 근남면에 있는 통일양묘장에서 북한에 보낼 묘목들을 기르는 윤동은 철원군산림조합 양묘팀장은 한 뼘 넘게 자란 소나무 묘목을 보며 기대에 차있다.
강원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인 10일, 상쾌한 봄바람까지 불어오자 그는 눈을 들어 북쪽을 바라봤다.
맑은 대기로 남방한계선 철책 너머 북한 오성산이 손에 잡힐 듯 평소보다 더 가까워 보인다.
이토록 지척인 북한의 산림은 현재 30% 이상이 헐벗은 상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북한 산림 면적 899만㏊ 중 284만㏊가 황폐해졌다. 이는 서울의 47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이를 복구하려면 49억 그루의 나무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4·27 남북정상회담 후 산림 분야가 첫 번째 교류사업으로 급물살을 타자 북한 산림복구 지원을 준비하던 통일양묘장은 기대 속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봄 파종한 낙엽송과 소나무 46만 그루는 1년 새 한 뼘 만큼 자랐고, 근로자들은 바쁜 손길로 묘목 사이 자란 잡초들을 뽑은 뒤 그 위로 양묘 흙을 덮었다.
맞은편 재배시설에서는 파종 작업이 한창이다.
허리를 굽힌 어르신들은 재배 포트에 가득 담긴 양묘 흙 속으로 헐벗은 북녘 산을 채울 강원도 소나무 씨앗을 심었다.
허리를 펴 잠시 휴식을 취하던 한모(67)씨는 "비닐하우스 한 동에 씨앗 5만개를 심어야 한다"며 "덥고 고된 작업이지만 요즘은 좋은 소식에 힘든지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길 건너에는 시설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시아녹화기구가 땅을 임대해 그 위로 묘목 15만 그루는 재배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있다.
뼈대 작업과 관수시설 설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내주 완성될 예정이다.
통일양묘장은 철원군산림조합이 북한 산림복구를 위해 군비 1억7천500만원을 들여 지난해 9월 건립했다.
2만8천428㎡ 규모로 양묘 재배시설 13동과 야외생육시설에서 낙엽송, 소나무 100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중 60만 그루 이상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
양묘장이 자리한 근남면 사곡리는 평안남·북도와 기후대가 흡사해 북한 산림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키우기에 알맞다.
현재 재배 중인 낙엽송, 소나무 외에도 북한 수목인 비자, 종비, 창성이깔나무 등을 길러낼 예정이다.

유창혁 철원군산림조합 기술지도과장은 "양묘 시설을 북한에 설치해 현지에서 직접 나무를 길러내는 게 최선이겠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장담 못 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에는 북한에 지원할 묘목 관리를 위해 통일양묘장 외에도 민간에서 조성한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가 운영 중이다.
산림청도 평창군 대관령면 산간양묘장에서 북한으로 보낼 묘목을 길러내고 있으며, 3㏊ 규모의 고성 양묘장을 건설하고 있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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