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 폭락·인플레이션 심화…미 '세컨더리보이콧'에 기업투자도 감소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경제제재 복원을 명령하면서 고전하던 이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NN머니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이란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와 관광객, 국민의 사업 기회를 잃고 성장률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중동연구소 하산 하키미안 소장은 "이는 이란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볼 때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핵 합의는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협정으로, 이란이 전력생산 목적 외 핵 개발을 포기하고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이 부과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서방은 2016년 1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경제제재의 복원을 명령했다.
사실 경제제재 해제 후 지난 2년여간 인플레이션과 실업난 등으로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경기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증가는 미약하게나마 경기회복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경고하면서 최근 몇 달 사이 미국 달러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는 이미 폭락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발언은 투자자들을 겁먹게 해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 복원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란에서 쫓아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분석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동 경제 전문가 제이슨 터베이는 "이란 리알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물품의 가격은 오르고 인플레이션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 앞서 공언한 대로 이란 핵 합의를 계속해서 지키고 자국 기업들에 이전같이 행동할 것을 독려한다면 충격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법적 위험성 때문에 이란에 접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CN머니는 진단했다.
미국은 이번에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도 제재하는 '2차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도 원상 복구하도록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애널리스트 존 릭비는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재 위반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실재한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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