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제이슨 데이(호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6-2017년 시즌 동안 그린에서만 다른 선수보다 평균 1.13타를 덜 쳤다. 나흘 짜리 대회에서 거의 5타에 가까운 격차다.
상대 평가인 '스트로크 게인드'(strokes gained)에서 퍼트로 시즌 평균 1타를 넘긴 선수는 데이가 처음이었다.
지난 7일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도 신들린 퍼트가 원동력이었다. 이 대회에서 데이는 그린에서만 출전 선수 평균보다 8.25타를 앞섰다.
'그린의 황제' 데이는 말렛형 퍼터를 고집한다. 커다란 빨간색 헤드가 장착된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말렛형 퍼터는 데이가 그린을 지배한 절대무기다.
올해 들어 슬럼프 조짐을 보이던 박성현(24)은 그동안 쓰던 일자형 퍼터 대신 말렛형 퍼터를 들고나와 시즌 첫 우승 물꼬를 텄다. 박성현이 새로 장만한 퍼터는 데이의 애용품과 같은 종류다.
헤드가 커다란 반달 모양인 말렛형 퍼터가 최근 프로 골프 투어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말렛형 퍼터의 돌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는 이미 말렛형 퍼터 세상이 된 지 오래다.
K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선수가 사용하는 제품이 오디세이 퍼터다. 지난 6일 끝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때 오디세이 퍼터를 쓴 선수 68명 가운데 50명이 말렛형을 들고 나왔다. 우승자 김해림(29) 역시 말렛형 퍼터를 썼다.
올해 들어 달라진 건 말렛형 퍼터를 쓰는 남자 선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PGA투어에서 데이의 퍼터가 유난히 눈에 띈 것도 말렛형 퍼터를 쓰는 선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 프로 선수들은 피드백이 좋고 감각적인 퍼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일자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성능도 성능이지만 말렛형 퍼터는 '여자 선수나 아마추어가 쓰는 퍼터'라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원인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식은 상당히 사라졌다.
PGA투어에서 퍼팅 순위 1∼10위 선수 가운데 1위 데이를 비롯해 3위 샘 번스(미국), 4위 브랜던 그레이스(남아공), 5위 그레그 차머스(미국), 9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10위 웹 심프슨(미국) 등 6명이 말렛형을 사용한다.
지난 7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때 오디세이 퍼터를 들고나온 선수 68명을 조사했더니 무려 46명이 말렛형이었다.
퍼터 피팅 전문가 핑 골프 우원희 부장은 "퍼터는 외양이 선수 마음에 들어야 잘 맞는, 심리적 영향이 강한 장비"라면서 "기능뿐 아니라 헤드 디자인이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남자 선수들의 말렛형 퍼터 기피 현상이 옅어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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