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초점을 맞춘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입력 2018-05-10 18:31  

현재에 초점을 맞춘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민주화 운동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불리며 동지 의식을 고취해 온 노래지만 사실 그 태생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작곡됐다. 즉, 일종의 '결혼 행진곡'인 셈이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이 노래는 본래의 취지대로 쓰였다. 5·18 직전 중앙정보부에 체포돼 고문을 받다 사망한 철수와 그의 아이를 가진 채 머리에 총을 맞은 명희의 37년 늦은 결혼식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간 5·18을 주제로 한 영화들과는 다소 결을 달리한다. '택시 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이 1980년 5월을 살아간 사람들의 희생과 고뇌를 그렸다면 이 영화는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다.
5·18을 소재로 했지만 1980년보다 영화상 현재인 2017년이 등장하는 분량이 더 많을 정도다.
명희는 머리에 계엄군이 쏜 총알이 박힌 채 37년간 미친 여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인기 개그우먼이 된 명희의 딸 희수는 상견례 자리에서 명희의 존재로 파혼당하고 만다.
희수는 명희에게 "그때 죽었으면 열사라는 소리라도 듣지, 미친 여자 소리 들으면서 왜 살아남으셨어요"라고 따지지만, 명희는 "살다 보면 눈물 흘릴 날 많아. 울고 싶을 땐 실컷 울어"라며 희수를 달랜다.
이들을 지켜보는 철수의 형 철호는 "그날 광주는 끝난 게 아니야. 지독하고 끈질긴 빚쟁이처럼 따라다니더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1980년 광주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37년째 떨치지 못한 현재의 고통인 것이다.
촛불 정국 때 촬영된 영화인 만큼 촛불소녀 스티커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세월호 포스터 등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장치로 사용됐다.
또 지난 대선을 앞두고 출간돼 논란을 일으킨 '전두환 회고록' 관련 내용과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 헬기 기총 사격 장면도 스크린에 담겼다.
10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기복 감독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현재진행형의 역사"라며 "죽기 전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80년 5월이라는 시간에만 한정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열린 공간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렇기에 영원함이 함께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철수가 부산 사투리를 쓰는 것도 박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 영호남을 뛰어넘는 화합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 감독을 비롯해 희수 역의 김꽃비, 철수 역의 전수현, 과거 명희 역의 김채희, 과거 철호 역의 김효명 등이 참석했다. 현재의 명희 역을 맡은 배우 김부선 씨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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