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 보낸 그리스 젊은이들 지원하고 싶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영국 찰스 왕세자가 아버지의 나라인 그리스를 공식 방문했다.
찰스 왕세자는 카밀라 왕세자빈과 함께 9일(현지시간) 사흘에 걸친 그리스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리스는 찰스 왕세자의 아버지이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이 출생한 나라이다. 필립공은 1921년 이오니아 제도의 코르푸 섬에서 당시 그리스 국왕이던 게오르기오스 1세의 넷째 아들인 안드레아스 왕자의 슬하에서 태어났다.
찰스 왕세자는 휴가를 즐기러 개인적으로 그리스를 자주 찾았으나 공식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고, 카밀라 왕세자빈을 동반한 공식 방문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왕세자는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그리스는 내 피에 흐르고 있고, 나는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 문명과 역사에 매료돼 왔다"고 말하며 그리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리스 방문 첫날에는 아테네의 무명 용사들의 무덤에 헌화한 뒤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차례로 만났다.
찰스 왕세자는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영국과 그리스는 오랫동안 함께 많은 일들을 겪었다"며 역사적인 유대감을 강조했고,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은 이에 "당신의 방문이 양국의 우정에 중요한 연결고리를 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영국은 그리스가 19세기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 열강의 일원이었고, 양국은 1,2차 대전에서 같은 편에 서서 함께 싸우기도 했다.
부계 쪽으로 그리스의 혈통을 물려받아 평소 정교회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온 찰스 왕세자는 10일에는 아테네에서 그리스 정교회의 수장을 만나 환담했다. 이후 카밀라 왕세자빈과 함께 아테네 시내를 산책하며 주변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왕세자 부부는 11일에는 서양 문명의 발상지로 꼽히는 에게 해의 크레타 섬을 방문, 영국 고고학자들이 발굴에 참여한 고대 크노소스 궁전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한편, 자신이 설립한 청소년 자선단체인 '프린스 트러스트'를 통해 지금까지 90만 명의 영국 취약 계층 청소년들을 지원해온 그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리스로 지원 활동을 넓힐 계획이다.
찰스 왕세자는 일간 카티메리니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긴축에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의 상황을 언급하며 "그리스와 그리스인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을 알고 있다. 그리스 젊은이들이 충분히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