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파업 때 김우중과 담판…국회 입성해 환노위 간사·위원장
당정청 소통 자신하는 대표적 '친문'…'소신 있는 돌파력' 평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33년 전 대우자동차 파업을 이끈 강성 노동운동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11일 당내 선거에서 노웅래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는 노사 투쟁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운동가 출신 3선 의원이다.
홍 원내대표의 인생역정을 축약하는 키워드는 '노동'이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다닌 홍 원내대표는 노동운동에 투신하기로 마음먹고 1983년 신분을 속인 채 대우자동차에 용접공으로 취업했다. 이른바 '존재이전'이다.
1985년 파업 당시 일개 대의원이었지만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컸던 그가 당시 김우중 대우 회장과 단둘이 담판을 지어 파격적인 양보안을 얻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민주노총 출범 준비위 활동, 참여연대 정책위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의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2009년 인천 부평을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홍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전·후반기와 19대 국회 전반기에 내리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과 야당 간사로 일했고,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환노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환노위원장으로서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노사 입장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상황에서 양쪽을 설득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민주당 한국GM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가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의 정치 인생을 규정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친문'(친문재인)이다.
홍 원내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 지난해 대선에서 선대위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다.
당내에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자신의 계파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는 5년 전 출간한 비망록에서 "정당에는 당연히 정파가 있다. 지양해야 할 것은 정파가 아니라 종파일 것"이라며 친노(친노무현)라는 낙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낙선했던 원내대표 선거에선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때처럼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당·정·청 사이에서의 소통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적극 내세우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정·청의 한층 끈끈한 유기적 공조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반 여야 협치가 삐걱거릴 때마다 청와대에 들어가 현장 의견을 전달하는 등 물밑에서 당청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키워드는 '소신'이다.
홍 원내대표는 소탈하고 적극적이면서 추진력과 리더십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에 정부가 추가 출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되자 즉석에서 반대토론에 나서 이를 부결시킨 것은 그의 소신을 드러내는 단적인 일화다.
그는 같은 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 대해 "공기업도 실력이 없거나 부패로 잘못 경영하면 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력 비판, 여야 공감을 얻어 반대 102표, 기권 51표를 끌어냈다.
유연하고 융통성이 좋기보다는 철학이 뚜렷하고 돌파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홍 원내대표가 꼬일대로 꼬인 정국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부인 임영희씨와 2녀.
▲ 전북 고창(61) ▲ 이리고 ▲ 동국대 철학과 ▲ 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 ▲ 참여연대 정책위원 ▲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 18~20대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 ▲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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