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기종 낡아 현실적 비행거리 한계 있어"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싱가포르까지 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낡은 기종이며 장거리를 뛰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싱가포르까지 가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1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해 중국에서 재급유를 받은 뒤 싱가포르로 향하거나 중국에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대형 전세기를 빌려 싱가포르로 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하면서 이 전용기를 이용했다"면서 "평양과 다롄은 가까운 거리라 별문제가 없지만 싱가포르는 장거리라 중국에서 재급유 받거나 전세기를 빌리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이다.
이 전용기는 제원만 따지만 비행 거리가 1만㎞에 달해 평양에서 4천700㎞가량 떨어진 싱가포르까지 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IL-62 기종이 1960년대 개발된 뒤 1970년대에 개량형인 IL-62M이 나온데다 1995년 단종됐을 정도로 노후해 장거리 비행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 다롄에서 시 주석과 회동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대비한 전용기 성능 점검과 함께 중국의 도움이 받아 전세기와 조종사를 빌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싱가포르는 김 위원장이 특별 열차로 갈 수도 없고 평양에서 전용기로 가는데 사실상 한계점에 달하는 거리"라면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한 도시에서 전용기 재급유를 받거나 심지어 중국에서 항공기를 빌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매체들도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중국에서 재급유를 받거나 북한측이 전세기를 임차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빈과일보는 북한 고려항공은 국제 장기노선을 운영하지 않은 지 오래됐으며, 중국 베이징·상하이·선양(瀋陽)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비행거리가 1천㎞를 넘지 않는 노선만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낡은 IL-62M 기종은 현대 항공기에 필요한 성능을 충족할 수 없으며, 홍콩을 포함해 많은 공항에 착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종할 경험 있는 조종사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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