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남북회담보다 통제어려운 환경…이동수단·숙박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되면서 여기에 참석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도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行)은 그야말로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그가 새로운 차원의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월 말 전용열차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고 이달 초에는 랴오닝성 다롄(大連)도 찾았으나, 혈맹인 중국과 특수한 관계 덕에 외부 노출이 철저히 차단된 환경에서 일정을 수행했다.
그가 중국 땅을 떠난 뒤에야 방중 사실을 공개하는 북중의 전통적 관례도 지켜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취재진 앞에 섰지만, 판문점이라는 비교적 통제된 공간에서 모든 일정을 치렀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방문은 북중·남북정상회담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다.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은 주위 환경을 통제하기가 어렵고, 전 세계에 김 위원장의 모습과 동선이 온전히 노출된다. 국제적인 정상 의전 프로토콜에 더 가깝게 치러진다는 점에서 북한의 정상외교에도 일종의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항공기로 폴란드·동독·체코 등 동유럽과 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고지도자 재임 시절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만을 찾았고 다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이동수단도 매번 열차를 고집했다.
하지만 평양과 직선거리로 약 4천800㎞ 떨어진 싱가포르의 경우 이동에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다롄 방문 때 이용한 전용기 '참매 1호'를 탈 것이 유력시된다.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으로 알려진 참매 1호는 비행 거리가 1만㎞여서 이론상 싱가포르까지 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기종이 워낙 노후하고 장거리 운항 경험도 없는 탓에 현실적으로 안전을 위해서는 중국에서 재급유를 받거나 전세기를 빌려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어디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 당일치기를 원칙으로 하되 논의할 것이 추가로 생기면 하루 더 연장할 수 있다는 '1+1일' 일정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당일치기가 기본으로 추진되는 만큼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숙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회담 일정이 연장되거나 비행시간 등을 고려할 경우 1박 정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언론 등은 각종 다자회담 유치 경험이 풍부한 샹그릴라 호텔 등을 정상회담장 물망에 올리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달 25∼28일 제32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샹그릴라 호텔에서 치러졌고 지난 2015년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다만 김 위원장과 북측 대표단이 회담장과 같은 호텔에 베이스를 꾸릴지, 아니면 다른 곳을 선택할지는 불분명하며, 어느 경우더라도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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