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최 영화' 러시아 감독, 칸 레드카펫 못 밟아

입력 2018-05-11 15:27  

'빅토르최 영화' 러시아 감독, 칸 레드카펫 못 밟아
횡령죄 가택연금…푸틴, 佛정부 참석 협조요청 거부
지지자들 정치탄압 주장…유태오 등 출연배우 항의시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옛 소련 시절의 전설적인 록스타인 고(故)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조명한 영화를 만든 러시아 감독이 가택연금 탓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고도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택연금 중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게 일시 가택연금을 풀어달라는 프랑스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9일 칸 영화제 주최 측을 대신해 푸틴 대통령에게 가택연금 해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칸 영화제를 돕고 싶지만 러시아 사법은 독립적"이라면서 특별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레토'(Leto·여름)'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1962년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빅토르 최는 19세 때인 1981년 록 그룹 '키노'(Kino)를 결성,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 8월 순회공연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만든 이번 영화에서는 한국인 배우 유태오(37)가 빅토르 최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연극·오페라·발레·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넘나드는 연출가로 활동했다.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권위주의 등에 대담하게 도전하면서 보수 성향 인사들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혔다.
작년 8월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6천800만 루블(한화 약 1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돼 현재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태오 등 '레토' 출연 배우들은 전날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 보이는 항의성 퍼포먼스를 벌였다. 영화제 참석자들은 이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레토' 제작자인 일리아 스튜어트는 "우리는 친구이자 감독인 그를 수년간 봐왔다"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가 기소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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