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판매금지·처벌강화' 국민청원 20만명 넘어
(서울·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홍대 누드모델 사진유출부터 항공대 단톡방 동영상까지 이른바 '몰카' 범죄를 향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한해 5천건이 넘는 몰카 범죄 관련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피해가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등의 혐의로 동료 모델 안모(25·여)씨가 긴급체포됐다.
안씨가 다툼이 있던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지난 1일 올리면서 논란이 됐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인 남성 모델은 사건 이후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국항공대 모 학과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참여자 276명)에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건을 페이스북 페이지 '항공대 대나무숲'에 공유한 게시자는 "동영상 속 여성이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면서 "내 가족, 내 누이의 일이라는 생각에 손이 떨릴 만큼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이며, 학교 측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몰카'가 해코지의 수단이 됐는지 혹은 그 자체로 성범죄 목적이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과거 주로 불법 음란사이트 등에서만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몰카' 피해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학내 단톡방에까지 등장하면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러나 몰카 범죄는 영상 매체의 발달과 함께 꾸준히 증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검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몰카 범죄는 성폭력범죄 중 지난 10년간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가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에는 3.9%(564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24.1%(6천735건), 2015년 24.9%(7천730건), 2016년 17.9%(5천249건)를 차지했다.
이에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몰카 성범죄 범정부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피해가 잇따르자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청원에 한 달 안에 2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지난달 23일 올라온 이 글의 게시자는 '넥타이, 볼펜, 물병, 탁상시계, 안경, 벨트 등 수도 없이 많은 초소형 위장카메라가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와 구매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색사이트인 '구글'에 '초소형 몰카'를 검색하면 관련 인터넷쇼핑몰에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무작위로 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상대방에 노출될 염려 없이 안전하게 영상촬영이 가능하다'는 노골적인 문구로 제품을 광고하고 있었다.
소개 글을 보면 차 키의 모양을 본떠 제작된 이 카메라는 '절묘하게 설계되어 살펴봐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 목적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나 구매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휴대용 초소형 카메라 등으로 인해 몰카 범죄가 쉬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엌칼로 사람을 살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판매를 규제할 수 없는 것처럼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를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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