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다르다", "사진찍기용 안된다"…워싱턴의 기대와 경계

입력 2018-05-11 16:53   수정 2018-05-11 20:10

"트럼프는 다르다", "사진찍기용 안된다"…워싱턴의 기대와 경계

켈리 비서실장 "전임자들처럼 속지 않는다"…라이언 "협상 재량권 주자"
힐러리 "확실한 양보없이 北 정통성 인정 불가"…척 슈머 "나쁜 협상은 안돼"
빌 리처드슨 "트럼프 누구의 말도 안들어…플랜B 준비해야" 철저한 준비 주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큰 성공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미국 워싱턴의 기류는 기대감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좌하는 두 정상이 국제 핵안보 질서의 최대 위협요인인 북핵문제를 놓고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해낼 것으로 낙관하는 이들이 있지만 자칫 본질적 문제에 손도 대지 못한 채 '졸속협상'에 그칠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10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전임 대통령들과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며, 북한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켈리 실장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북한이 속임수를 쓰는 게 아니라는 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눈을 크게 뜨고 있다"며 "그는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에 돈을 쥐여주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이전 대통령들처럼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같은 당 의원들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의 재량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하며 힘 싣기에 나섰다고 WP는 보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들 북한과의 협상에 조금 조심스러운 것 같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기존과 다른 입장에서 그들을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낙관론을 경계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북한에서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기 전까지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여성 관련 행사에서 "북한에서 외교(가 작동하는 것)를 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협상이 얼마나 어려울지, 북한이 과거 얼마나 빈번하게 약속을 깼는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회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하고 외부의 찬사를 받고 사진촬영 기회를 얻고 싶은 나머지 졸속협상, 나쁜 협상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의 석방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가드너 의원은 "우리는 지금 미지의 영역에 있다"며 "미국이 했던 가장 높은 수준의 외교이고, 실패는 외교노력에 중요한 실패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쉽사리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즉흥적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저한 협상 준비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의견일치를 볼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폴락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 합의 탈퇴 결정과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 등으로 볼 때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원칙적 수준의 공동성명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구체적인 약속이 담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차례 방북해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블룸버그 통신에 "걱정스러운 건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건 임기 중 가장 중대한 순간으로, 그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실적인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완전한 비핵화를 얻어낼 수 없을 경우 플랜B는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을 지원하는 기독교 인도주의단체인 '월드 헬프'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버논 브루어는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불과 다섯 달 전에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던 북한이 지금은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과 포즈를 취하며 웃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미소와 악수가 우리를 바보로 만들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런 협상의 궁극적인 대가를 치르는 이들은 바로 북한 주민들"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과의 진짜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은 철저한 준비와 극도의 조심성, 디테일에 대한 주목, 의심 등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자질이라고 전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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