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흉기 폭력이 상습절도보다 구속의견 적어
경찰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으면 구속할 이유 없다"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광주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에 공권력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흉기를 쓰거나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을 대부분 불구속 처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경찰청 범죄 통계를 12일 분석해보면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한 피의자 3만2천347명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2016년 검찰에 송치했는데 이 가운데 98.5%(기소 의견 송치자 중 비율, 이하 동일)인 3만1천851명에 대해 불구속 처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집단적 또는 상습적인 폭력 행위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불안을 조성하는 이들을 더 엄하게 처벌해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에 대해 평균보다 낮은 비율로 구속 의견을 제시했다.
경찰이 2016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전체 피의자 120만984명 가운데 2.2%인 2만6천44명에 대해 구속 의견을 밝혔는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피의자에 대해 구속 의견을 낸 비율은 이보다 낮은 1.5%였다.
경찰은 2015년에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상습절도 피의자 중 62.2%에 대해 구속 의견을 제시했지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 흉기 등) 피의자의 경우 6.5%에 대해서만 구속의견을 냈다.
구속·불구속 의견을 기준으로 보면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친 이들보다 흉기를 동반하거나 단체로 폭력을 행사한 피의자(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 1항 적용)에게 더 관대했던 셈이다.
최근 광주에서 벌어진 집단 폭행 사건 피의자 박 모(31) 씨 등에게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가 적용됐다.
A(31) 씨를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는 7명 가운데 박 씨 등 5명은 구속됐고 2명은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아 불구속 상태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경찰은 애초 박 씨 등 3명만 구속했다가 일당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2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경찰은 다툼 과정에서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진 A 씨 역시 시비 중 물리력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범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박 씨 일당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피의자에 해당한다.
경찰은 2016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이 분류의 피의자 중 1.2%에 대해서만 구속 입장을 표명했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피의자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비율이 높은 것 자체가 특별히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불구속수사 원칙을 따르며 당사자끼리 화해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등 수사 중 사정 변경이 생긴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면 굳이 구속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 폭행 사건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계기로 흉기·집단 폭력 등에 대응하는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사안이 심각하며 보복·협박·회유를 당할까 두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경찰·검찰·법원 등 관계 당국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외에 사안의 심각성이나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감 등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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