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원조인 태권도 매개로 남북이 하나되는 감동 무대 될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남북한이 이달말 바티칸에서 합동 태권도 시범 공연을 펼친다. 11일 교황청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오는 30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으로 태권도 시범을 선보인다.
한국을 주축으로 한 세계태권도연맹(WT) 소속 시범단 약 20명과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에 속한 시범단 20여명은 이날 오전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수요 일반 알현 직후 합동 시범을 펼칠 예정이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모인 수 만 명의 신자들 앞에서 한민족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매개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반도에 불고 있는 해빙 분위기에 일조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교황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멜초르 산체스 데 토카 교황청 문화평의회 차관보가 바티칸에서 남북한이 함께 합동 시범을 펼쳐줄 것을 제안해 추진돼 왔다.
데 토카 차관보는 지난 2월 10일 강원도 용평리조트 내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 홍보관 '카사 이탈리아'에서 열린 WT와 ITF 임원진 및 시범단 초청 오찬행사에 참석, "오는 6월 로마에서 열리는 국제 태권도 대회 때 바티칸에서 남북태권도 시범단이 합동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로마에서는 내달 1∼3일 WT 월드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
교황청은 이후 올림픽이 끝난 뒤 조정원 WT 총재와 리용선 ITF 총재에게 정식 초청장을 보냈고, WT와 ITF가 이를 수락하며, 바티칸에서의 합동 태권도 시범이 성사됐다. 교황청은 이후 WT, ITF와 긴밀한 의견 조율을 거쳐 최종 일정을 이날 확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이백만 주 교황청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 등에서 중국과 미국이 1970년대 초반 탁구를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을 예로 들며 "스포츠가 관계 개선에 아름다운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태권도가 남한과 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축구를 포함해 대부분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교황은 작년 5월 바티칸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으로부터 명예 10단증과 함께 태권도 도복과 띠를 전달받는 등 그동안 태권도와도 적지 않은 인연을 맺어 왔다.
지난 50년 동안 이탈리아에 태권도를 심는 데 앞장 선 박영길 이탈리아태권도협회 명예회장은 "내달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의 관심이 한반도에 쏠려 있는 시점에 남북한 태권도가 전 세계의 평화를 강조하는 교황청에서 시범 공연을 펼치게 돼 뜻깊다"며 "한류의 원조인 태권도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중심으로 발전한 WT와 북한 주도로 성장한 IT의 시범단은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회식 식전행사, 지난 4월 한국의 방북공연예술단의 평양 공연 등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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