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엔 잘 안들리는 대북확성기…대령·업자·보좌관 등 20명 기소

입력 2018-05-13 09:00  

北엔 잘 안들리는 대북확성기…대령·업자·보좌관 등 20명 기소
가청거리 납품기준 10㎞의 절반 '불량품'…로비 통해 평가기준 바꿔
검찰, 166억원 규모 대북확성기사업 비리 수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현직 대령과 국회의원 보좌관, 브로커, 업자 등 20명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브로커를 동원해 166억원 규모의 대북확성기 사업을 낙찰받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대표 조모씨와 업체 측 편의를 봐준 권모(48) 전 국군심리전단장(대령), 브로커 2명 등 4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13일 밝혔다.
비리에 연루된 군과 업체 관계자 등 1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인터엠은 2016년 말 확성기 40대(고정형 24대·기동형 16대)를 공급했으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입찰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검찰이 지난 2월 감사원 요청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3개월간 진행한 결과 인터엠의 확성기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에 미달하는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군은 도입 과정에서 확성기의 가청거리를 주간·야간·새벽 3차례 평가했지만, 성능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업체는 브로커를 동원해 로비를 벌였고, 군은 권 단장 등의 지시에 따라 소음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 중 한 차례만 평가를 통과하면 합격하도록 인터엠을 위해 기준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에 입찰한 8개 업체 중 인터엠이 홀로 1차 평가를 통과하는 과정에도 수입산 부품을 국산으로 속이는 등의 불법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인터엠은 군에서 만드는 제안요청서 평가표에도 브로커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항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질문지와 답지를 모두 업체가 작성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확성기 사업 관련 미공개정보를 브로커에게 전달한 의혹이 제기된 송영근 전 의원의 중령 출신 보좌관 김모(59)씨, 업체로부터 5천여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 양주시의회 부의장 임모(59)씨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확성기 방음벽 공사 사업자 선정에서 국군심리전단장 재정담당관이 브로커와 유착한 혐의도 적발했다.
현재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이달 4일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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