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빠른 비핵화 선택시 한국 수준 번영 협력" 발언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한 과감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원론적인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일정과 장소, 의제 등 북미정상회담 관련 회동을 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이미 북한에 이런 미국 정부의 구상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 매체는 두 사람의 회동 관련 보도에서 '만족한 합의', '새로운 대안'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관심 등을 거론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북미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대북 체제 위협 요인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보상은 거론이 덜 됐기에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발언은 특별히 눈길을 끈다.
실제로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동강변에 트럼프 타워를 세우거나 미국의 대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이 북한 정권에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체제 안전보장책"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일단 우리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이 장기적 비전 쪽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핵포기 시 번영과 경제협력'은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작년 7월) '베를린 선언' 이후 늘 해온 이야기"라며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제재가 있는 한 경제 지원이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만큼 보다 장기적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지 구체적인 조치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북한이 신속한 비핵화를 할 경우, 북한 경제 부흥을 외부에서 도울 수 없게 만드는 미국 국내법이나 독자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미국 측이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제기구의 대북 융자,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기업들의 대북 투자 등을 막는 미국 국내적 조치들의 해제를 비핵화 보상 패키지에 넣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북 지원 및 교역에 제한을 가하는 미국 국내법은 1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국가에 대해 경제 제재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미국 법률인 국제비상경제권법 상의 '국가비상'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 진척 상황에 따라 제재를 완화할 경우 일차적으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받는 길이 봉쇄된다.
미국은 국제금융기관법을 통해 IMF(국제통화기금),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들이 '테러지원국'에 차관 제공 등 자금을 사용할 경우 미국 측 집행이사가 이에 반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과 북한의 대외 교역을 크게 제한하는 안보리 차원의 고강도 제재를 주도해온 만큼 안보리 제재를 푸는 것도 북핵 상황의 진전만 있으면 중국·러시아 등의 협조하에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북한이 어느 정도 비핵화를 하는 단계에서 제재해제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CVID'가 검증을 통해 확인되는 순간에 제재를 해제한다면 앞으로도 최소한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결국 북한은 비핵화로 가는 중간단계에서 핵심적인 제재들을 해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여 향후 관련 논의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