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국제도시 규정…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모두 "우리 수도"
미국대사관 이전 계기로 美·이스라엘 동맹 상징
(예루살렘=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14일(현지시간) 들어설 예루살렘이 다시 분쟁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고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로 꼽힌다.
올드시티(구시기자)에는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성스럽게 생각하는 '템플마운트'(성전산·아랍명 히람 알샤리프)가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템플마운트를 이슬람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서기 7세기에 승천한 것으로 여긴다.
이곳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사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이슬람 3대 성지로 불린다.
유대교도에게도 템플마운트는 솔로몬왕의 예루살렘 성전에 세워졌던 거룩한 장소다.
특히 유대인들은 템플마운트를 둘러싼 서쪽 벽의 일부인 '통곡의 벽'을 최고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템플마운트 인근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안장된 묘지에 세워진 성묘교회가 있다.
이런 종교적 특수성 때문에 유엔은 이스라엘 건국을 앞두고 예루살렘의 지위를 신중하게 검토했다.
유엔 총회는 1947년 11월 결의안을 통해 예루살렘을 어느 쪽의 소유도 아닌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서쪽을, 요르단은 구시가지가 포함된 예루살렘 동쪽을 각각 관리했다.
그런데도 예루살렘은 분쟁과 갈등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등과 벌인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에서 승리한 뒤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함께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1980년 예루살렘을 '영원한 수도'라고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삼으려는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1993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 허용을 골자로 한 오슬로협정을 체결하고도 동예루살렘과 서안에서 정착촌 확대와 분리장벽 건설 등 팽창정책을 추진했다.
팔레스타인도 그동안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자국 수도로 삼겠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인 셈이다.
이스라엘 총리 출신의 극우파 정치 지도자 아리엘 샤론이 2000년 9월 템플마운트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팔레스타인의 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가 발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015년 알아크사 모스크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예루살렘에는 이스라엘 총리 공관 등 주요 정부 기관과 의회(크네세트), 대법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체 인구 약 90만명(2017년 말 기준) 가운데 60% 정도는 유대인, 30~40%는 아랍인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이 수도라는 입장이지만 외국 대사관들은 지금까지 지중해와 맞닿은 경제 도시인 텔아비브에 주재하고 있다.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을 존중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미국이 예루살렘 대사관을 강행하면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예루살렘에 상주하게 된다.
이제 예루살렘 내 도로 곳곳에는 미국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든다'(TRUMP MAKE ISRAEL GREAT)라고 적힌 문구도 쉽게 눈에 띈다.
종교 성지인 예루살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도 상징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