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에 전문가 초청하지 않은 까닭

입력 2018-05-13 11:46   수정 2018-05-13 22:41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에 전문가 초청하지 않은 까닭

북미정상회담 전 검증 초점화 우려…정보노출·사찰형식 부담느낀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한이 이달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후 폐쇄 행사에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와 관련해 북한이 직접 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발표한 바는 없으나 북한측 의지를 전달받은 우리 정부를 통해 국제 기자단 이외에 전문가들도 초청될 것으로 보도돼 왔다.
실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면서 "핵실험장 폐쇄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12일 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 일정을 발표하면서 '전문가 초청'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공보를 통해 먼저 핵실험장 폐기 의식이 5월 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북부핵시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만 전했다.
이 공보 내용에 비춰볼 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행사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 등 전문가 참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백악관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 일정 발표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제전문가들에 의해 사찰 및 충분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는 폐쇄는 북한(DPRK)의 비핵화에 있어 핵심조치"라고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전문가 참석 배제 움직임은, 우선 북미정상회담의 사전 조치라고 할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폐기 의미보다는 북한의 핵능력·비핵화 검증에 초점이 쏠리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실험장에 대한 조사와 관측으로, 그동안 쌓아온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추정이 나와 폭발력을 갖게 될 걸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합의를 거쳐 검증절차가 있는 만큼 그때 가서 검증을 하면 된다는 인식도 하고 있어 보인다. 북한의 핵능력이 노출되면 비핵화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도 했음 직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문가가 들어가면 6차례 핵실험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된다. 정보가 노출되는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의 확실한 합의가 나오기 전에 이런 검증절차로 들어가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번에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다는 측면에서 이 정도를 보여주는 수준이 되고, 향후에 북미회담을 통해 일정에 대한 큰 합의가 나오고 검증절차에 들어가면 풍계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문가들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방문하면 결과적으로 '사찰단' 성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속도 조절을 할 목적으로 전문가 배제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찰에 의한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미국 입장은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북한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일방적 조치이고 어떤 대가를 전제한 조치가 아닌 만큼 전문가 사찰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단과 함께 전문가까지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동시에 맞이하기에 현실적 여건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북한 외무성이 "핵시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전용열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밝힌 점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런 가운데 추후 접촉 과정에서 전문가의 참석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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