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객들 "역사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진실 알리고 싶어"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오월 영령이 잠든 국립 5·18민주묘지에 대학생들의 낭랑한 목소리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닷새 앞둔 13일 5·18민주묘지에는 항쟁 역사를 새기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가족, 연인, 단체 등 다시 찾아온 5월을 기억하는 추모객 발길이 이른 오전부터 이어졌다.
추모객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숙연한 표정으로 묘지 들머리 민주의문에서 참배단을 향해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겼다.
참배단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묵념하고 개인 묘역으로 이동해 산화한 열사를 기렸다.
윤상원 열사 묘소 주변에서는 학생모임 등 단체 참배객이 한목소리로 부르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추모객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실제로 존재했던 항쟁을 되새기고자 5·18묘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5·18묘지를 찾은 직장인 이혜미(26·여) 씨는 "서대문형무소처럼 잊지 않아야 할 역사가 깃은 장소를 데이트코스나 여행지 삼아 찾아다닌다"며 "5·18 현장에 서기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묘지를 참배하는 동안 고향이 광주인 아버지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아무 말씀 없이 펑펑 우셨던 기억이 떠올랐다"라며 "옛 전남도청과 상무대 영창 터도 둘러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알려주고 싶어 찾아온 가족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15살 아들, 7살 딸과 함께 전북 전주에서 5·18묘지를 찾아온 최성현(49) 씨는 "아이들이 5·18을 알고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애들이 훨씬 어릴 때부터 해마다 찾아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5·18묘지를 찾은 추모 인파는 전날까지 4만707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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