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안 지 3년 내여야…법원 "당국 제재 있던 2011년 2월 알았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2010년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은 도이치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2심은 배상 요구 시효가 지났다며 투자자 측에 패소 판결을 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김시철 부장판사)는 개인투자자 강모씨 등 11명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도이치증권은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 10분 전에 2조4천400억원 어치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주가가 폭락하며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큰 손실을 봤다.
반면 도이치 측은 미리 정해둔 조건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행사해 약 449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와 관련, 2016년 1월 한국도이치증권 박모 상무는 징역 5년, 도이치증권 법인은 벌금 15억원 등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강씨 등은 6억1천500여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도이치 측은 "주식 대량 매도로 주가지수가 급락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2010년 11월이나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2011년 8월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했을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유효하다.
1심은 "전문투자가가 아닌 강씨 등은 관련 민·형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시세조종 행위의 정확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며 도이치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첫 민사판결이 나온 2015년 11월 내지는 형사 판결이 나온 2016년 1월 무렵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강씨 등은 도이치증권 등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요구 및 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있었던 2011년 2월 무렵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또 "강씨 등이 전문투자자는 아니더라도 금융상품거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점, 검찰의 공소제기, 관련 언론보도 등에 비춰 도이치의 주식 대량 매도가 위법하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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