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야구 선수들 머리가 이렇게 길지는 않죠."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LG 트윈스 이형종은 유달리 긴 뒷머리를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이형종의 뒷머리는 목 부분을 살짝 덮고 있다. 1980∼1990년대 한국에서도 방영한 미국 드라마 주인공 '맥가이버'의 머리 모양과 비슷하다.
일반 거리에서 이 정도 긴 뒷머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야구장에서는 다르다. 모자나 헬멧 밑으로 뒷머리가 길게 나온 선수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형종은 "4∼5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머리였다"며 "그러나 야구도 못하고 있었고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머리를 기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형종이 머리를 기르는 데 주저한 데는 머리가 짧은 게 보통인 한국 야구계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원래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형종은 그런 게 싫었다.
그는 "작년 9월부터 조금씩 길렀다. 자신 있게, 눈치 보지 말고 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야구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도 머리를 기르기로 한 이유 중의 하나다.
이형종은 지난해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로 부상하며 LG 타선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촉망받는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가 수술과 재활, 방황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타자로 전향해 성공했다는 인생 스토리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형종은 지난해 128경기 타율 0.265 9홈런 등 기록을 남겼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후반에 살짝 힘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주전으로 도약해 타자로서 처음으로 풀 시즌을 치른 것은 큰 경험이자 재산이 됐다.
이형종은 "작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타석에서, 수비할 때, 야구장 밖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터득했다"며 "그래서 경기 준비도 더 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경험 덕분에 머리 생각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럴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형종은 '장발 타자'가 될까.
그는 "맥가이버 머리나 어깨를 살짝 스치는 정도의 단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리를 기른다는 자신감은 타격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3일 SK 와이번스전까지 5경기에서 11안타를 때려낸 이형종은 올 시즌 타율 0.382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